데이터 폭증으로 인한 네트워크 과부하 해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실제로 지난 달(11월) SK텔레콤과 KT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데이터 사용량은 각각 2,282테라바이트(TB)와 1,635TB로 적정처리용량을 10%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우회망, 그러니까 와이파이나 와이브로를 비롯해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통해 최대한 트래픽을 분산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3G 사용자를 4G 롱텀에볼루션(LTE)으로 옮겨 망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폭증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나라와 사회적인 분위기, 스마트 기기 보급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업계에서는 앞으로 2∼3년이면 이동통신사들이 더 이상 늘어나는 데이터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연구소인 벨연구소에 따르면 이동통신 시장은 당장 2012년 말 투자비가 수익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이 이동통신망을 통해 돈을 벌어도 계속 적자를 보는 상황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본 2위 이동통신사인 다나카 다카시 KDDI 사장은 "스마트폰의 데이터 통신량은 피처폰보다 10∼20배가 많은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2013년 후반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 망중립성과 사회적 공감대 없으면 공멸할 수 있어
이동통신망과 이동통신사 부담이 가중되면서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가열되고 있다. 망중립성이란 모든 통신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규정한 망중립성 3대 원칙인 투명성 보장, 차단 금지, 차별 금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런 망중립성의 기본적인 원칙과 관계없이 이동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간의 갈등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갈등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네덜란드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6월 네덜란드 하원 의회는 통신법을 개정해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거나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한 망중립성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통신사에 인터넷서비스의 최소 품질수준 유지 의무화하고 부정이용이나 요금 미납부 사유를 제외한 인터넷 접속 차단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연간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엄청난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음란물이나 범죄 관련 콘텐츠는 차단할 수 있고 이용자 보호를 위해 일부 헤비 유저의 트래픽을 제어하는 망관리 권한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
당연하지만 네덜란드 시민단체와 콘텐츠 사업자들은 환영을 표했다. 네트워크 통제가 사라져 경쟁과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인터넷 전화 솔루션 업체인 스카이프는 "네덜란드 하원의 법안 채택을 환영하며 유럽과 다른 나라들이 따라야 할 모범사례"라고 언급했을 정도.
이와 달리 이동통신사들은 난리가 났다. 1위 사업자인 KPN을 비롯해 T모바일, 보다폰 등은 즉각 반발을 표하며 데이터를 많이 쓰는 헤비 유저에게 더 많은 요금을 부과할 수 없어 전체적인 통신료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의 통신료 인상을 표명한 셈이다.
결국 KPN은 9월부터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고 데이터 요금 가격을 높인 새 요금제를 선보였다. T모바일은 데이터 무제한을 없애고 기본으로 제공하는 데이터를 초과하면 낮은 전송속도에 초과 요금까지 얹히는 방식을 적용했다.
■ 데이터 무제한 사라지고 합리적인 대안 선보일 것
네덜란드는 망중립성에 대한 업계와 사용자간 이해가 엇갈렸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는 곧 사회적비용(Social Cost) 증가로도 이어진다. 서로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살수록 국가적인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5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망중립성 정책방향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이용자 권리, 공정경쟁,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을 고루 반영해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안)`을 발표했다.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들이 100% 만족할 수 있는 결과는 아니었지만 투명한 망관리와 차단·차별금지 원칙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데이트 폭증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분담해야 하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쉽게 말해 콘텐츠 사업자도 필요한 경우 네트워크 부담을 함께 지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데이터 무제한을 보완하고 일부 헤비 유저를 제한할 수 있는 정책적 판단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개방성과 망중립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면 개념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이상규 교수는 "망중립성이란 개념에 매몰되어 현실성이 희박한 차단, 차별에 대한 규제를 가하기보다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이터 폭증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망중립성→망관리`로의 전환이다.
이 교수는 공정사용 정책(Fair Use Policy)을 기반으로 총량제, 부분정액제 등 다양한 이용량 기반 요금제를 출시해 이용자 스스로 사용량을 합리적으로 조절하도록 합리적인 망관리가 필요하고, 트래픽을 발생시켜 비용을 유발한 사업자는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데이터 무제한은 사라질 것이며 망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끝나면 합리적인 대안이 이동통신사에서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며 "이용자들의 반발과 시민사회단체 등과의 갈등으로 사회적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막으려면 더 많은 논의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이버즈 기자 shulee@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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