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이탈로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이 와해위기에 몰렸다. 또 다른 후보사업자 KMI에 대한 본심사는 이번 주 예정대로 진행하더라도 IST는 심사일정이 연기되거나 최악의 경우 심사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스페이스타임과 KMI는 각각 14일 오전과 오후에 사업권 획득의 중요한 과정인 청문심사를 앞두고 있다.
◇현대, 왜 빠졌나=출자 규모와 방식을 놓고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사업 참여를 결정했던 현대가 다시 발을 뺀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업계는 IST 대표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현대 측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틀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중동계 자금을 유치하며 주요 주주로서 역할을 한 양 전 장관과 현대라는 이름을 앞세우려는 현대그룹이 충돌했다는 분석이다. 양 전 장관이 외국계 펀드 포함해서 2300억원을, 현대그룹이 J사의 사모펀드 등 2100억원가량을 투자받으면서 이 사이에 지분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IST에 주주로 참여한 기관 관계자는 “컨소시엄 내부에서 역할 구분에 이견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양측은 지난 수요일 이후부터 경영권 마찰을 벌이다가 12일 오전 마지막 타협을 시도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현대 측도 12일 투자 철회를 발표하면서 “컨소시엄 내 복잡한 문제로 향후 원만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혀 내부 갈등설을 시사했다.
◇IST, 와해 위기 충격=IST와 이해관계자들은 이날 현대 참여 취소로 혼란에 빠졌다. 양 전 장관과 함께 IST 출범을 주도한 중소기업중앙회는 현대의 일방적인 투자 참여 철회에 당황한 기색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사전에 현대 측에서 컨소시엄 투자 참여 철회에 대해 전혀 알려오지 않았다”며 “현재 현대 측에 경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IST 역시 뚜렷한 견해를 내놓지 못했다. IST 관계자는 상황을 검토한 후 향후 컨소시엄 운영계획을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어려운 주주 모집과 사업계획서 제출까지 마친 상태에서 스스로 도전을 접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뜻밖”이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방통위, 어떤 결정 내리나=갑작스러운 현대그룹 이탈로 IST는 진행 중인 신규 이동통신사업자 선정 본심사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100억원에 달하는 직간접 투자로 2대 주주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현대가 빠지면 IST의 7000억원 규모 자금조달 계획에 큰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다.
IST가 앞서 제출한 사업계획서 신뢰성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12일 오후 방통위가 공식 방침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IST에 대한 본심사가 당초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 최악의 경우 본심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될 수도 있다.
당초 방통위는 14일 청문심사를 여는 등 이번 한 주간 IST와 KMI를 대상으로 본심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방통위 측은 “상황을 살펴본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IST 심사일정이 변경되더라도 KMI 심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업자에 발생한 내부변수로 심사일정 자체가 바뀌면 심사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권건호기자
<제4 이동통신사업자 선정 추진 일지>
8월 26일KMI, 기간통신사업 허가신청
10월 19일방통위, 와이브로 주파수 할당 공고(~11월 18일)
10월 24일방통위, KMI에 허가신청 적격 통보
11월 14일방통위, 허가심사 기본계획 수립
11월 18일△IST, 기간통신사업 허가 및 주파수 할당 신청 △KMI, 주파수 할당 신청
12월 5일방통위, IST에 허가신청 적격 통보
12월 12일현대(IST 2대 주주), 투자참여 취소 발표
12월 14일(예정)방통위, 후보사업자 청문심사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