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 원효로 청년창업플러스센터 내 한 사무실. 조그만 공간에는 대여섯 명이 각자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씨름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내뿜는 열기는 영하 날씨가 무색할 정도였다. 대표부터 직원까지 똑같은 크기의 책상을 앞에 두고 일하는 광경은 벤처기업이라면 낯설지 않은 모습. 이들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태블릿PC)에서 사용 가능한 전자책 뷰어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안정화 작업 중이었다.
링거스커뮤니케이션즈(대표 박성환·이하 링거스)는 전자책 서비스 전문 업체다. 지난 3월 팀을 꾸렸으니 모인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새내기다. 지난 2~3년 새 통신사·온라인서점 등 쟁쟁한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전자책 시장. 박성환 대표를 비롯한 동료는 이 격전지에 겁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절대 무모한 행동은 아닙니다.” 기자의 우려를 눈치챈 듯 박 대표가 말을 꺼냈다. “적은 인원이지만 대부분 전자책 관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입니다. 초창기부터 시장 흐름을 지켜보며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박 대표는 북토피아와 북큐브네트웍스에서 콘텐츠를 수급하는 일을 8년간 맡아왔다. 북토피아는 국내 전자책 1세대 업체로 꼽힌다. 강민식 이사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콘텐츠를 개발해왔고, 다른 직원들도 온라인서점이나 출판사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왔다는 것. 단 사흘 만에 29개 출판사에서 1000권의 도서를 확보하는 등 인맥과 노하우도 상당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인정받기 어려울 터. 링거스는 이에 대비해 지난 6월 전자책 서비스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자체 개발했고, 전용뷰어 출시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흔들거나 입으로 불어 책장을 넘길 수 있는 기술을 탑재했다.
내년 1월에는 ‘오이북(OeBook)’이라는 정식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전자책도 빌려 본다’는 개념을 도입했다. 과거 동네 곳곳에 있던 도서 대여점처럼 스마트폰·패드에서 책을 빌려보고 친구와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사서 보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친구와 돌려 보기도 가능하다는 것이 ‘오이북’의 기본 컨셉트다. 저작권 분쟁 소지도 방지하기 위해 자동 반납 기능도 갖췄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동해 오프라인에서 입소문이 나듯 온라인에서 내용을 공유하는 기능도 탑재할 계획이다.
“책은 평판 의존도가 높은 상품입니다. 미국 아마존서점 도서 매출의 35%가 추천 시스템에 의해 발생할 정도니까요. ‘오이북’에 SNS에서 책을 추천할 수 있는 소셜 인덱싱 기능을 적용해 사람들을 책으로 연결하는 허브로 키울 생각입니다.”
링거스는 ‘오이북’을 향후 온라인 서재처럼 키울 생각이다. 사람들이 집에 서재를 마련해 책을 모아두듯, 온라인에 가족들이 책을 모아두고 읽을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전자책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바둑을 두듯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많은 고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