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주기판(HDI)을 양산하는데 성공하고 애플 아이폰에 처음 납품한다. 애플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기는 고화소 카메라 모듈에 이어 두번째이며,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업계에서는 아이폰용 연성기판(FPCB)을 납품해 온 인터플렉스와 함께 역시 두번째다. 지난 수년간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을 벌였던 LG이노텍으로서는 PCB 사업을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대표 허영호)은 최근 애플로부터 아이폰5향 HDI 공급을 위한 최종 승인을 따냈다.
애플은 그동안 이비덴 등 일본 PCB 업체들로부터 스마트폰용 HDI를 주로 공급받아왔다. 특히 아이폰5향 HDI는 세계 최고의 PCB 기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존 칩 크기 4분의 1에 불과한 400X200㎛ 칩을 실장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 정도 크기의 HDI 기판에 칩을 내장해 양산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볼그리드어레이(BGA)의 볼 간격도 150㎛ 수준으로 초미세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 종전에는 HDI 기판의 볼 간격이 주로 400㎛ 정도였다.
이와 함께 아이폰5향 HDI의 선폭 및 선간 거리는 40X40㎛로 반도체 기판 수준의 미세 패턴을 구현할 수 있다. HDI 층수는 종전처럼 10층이지만 비아(Via:쌓아논 PCB를 전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뚫는 구멍) 홀이 전층을 관통한다. 삼성전자도 최근에야 선폭 및 선간 거리가 40X40㎛인 10층 HDI를 스마트폰 양산 모델에 처음 적용했지만 3층 비아 홀 수준에 그친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갈수록 용량이 커지고 탑재하는 칩이 많아지면서 배터리 크기를 줄이는 대신, HDI를 소형화·고집적화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애플에 양산 공급하는 HDI는 표면 처리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안다”면서 “애플로선 일본 PCB 업체들에 의존하던 고부가 HDI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애플 공급 계약을 계기로 LG이노텍은 지난 수년간 PCB 사업의 부진을 털어낼 수 있는 호기를 맞게 됐다. 지난 2008년까지 LG전자가 영위했던 PCB 사업은 침체에 빠지면서 같은 해 5월 당시 LG마이크론이 양수했다. LG이노텍은 LG마이크론과 합병한 후 지난 3년 이상 PCB 사업의 체질을 강화하는데 주력해왔다. 고부가 반도체 패키지 기판과 휴대폰용 기판 사업에 주력하며 수익성이 떨어지는 제품군은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이어 세계 양대 낸드 플래시 업체인 일본 도시바에도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 공급을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빌드업 기판 89%, 경연성기판(RFPCB) 11%
(2011년 3분기 현재)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