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탄소 나노 복합소재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벌써 오래전 일이다. 약 100년 전 발명왕 에디슨이 대나무 섬유를 탄화해 전구 필라멘트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탄소나노튜브·그래핀 등 탄소 나노 물질을 고분자와 결합하면 가볍고 강한 소재나 전자파 차폐·방열 성능이 우수한 소재를 만들 수 있다. 탄소 나노 복합 신소재는 자동차·IT기기 외장재나 고출력 LED 방열소재 등 첨단 산업 핵심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탄소 나노 복합소재로 초경량 부품 설계가 가능하고, 소재를 기반으로 원가 경쟁력이 높은 부품을 개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탄소 나노 복합소재는 친환경적이다. 항공기 동체를 알루미늄에서 탄소나노튜브로 대체하면 약 10% 연료 절감이 가능하다는 미국 연구기관 MITRE의 자료도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지난 1950년대부터 탄소 나노 복합소재를 산업용도로 사용했지만 국내에서는 1990년대 들어 뒤늦게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탄소 나노 복합소재 분야에서 출발부터 선진국들에 뒤처진 것이다.
WPM 에너지 절감·변환용 나노복합소재 사업단은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줄여 우리나라가 탄소 나노 복합소재 시장을 주도하고,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했다.
주관기관인 LG화학을 비롯해 총 35개 산학연이 참여해 원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고주파 전자부품에 적용하거나 고방열 복합 소재 등으로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직 연구개발(R&D) 수준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이미 눈에 띄는 성과들도 나타나고 있다. 사업단은 R&D 착수 1년 만에 지름 20~30㎚ 수준의 나노카본 설계 기술을 개발했으며, 알루미늄보다 20% 가벼운 자동차 부품용 경량 소재 개발에도 성공해 적용 테스트를 완료했다. 현재 진행 중인 2차연도 사업 기간에는 강도와 전도성을 개선한 맞춤형 나노 카본 유기·무기 하이브리드 설계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알루미늄보다 40%나 가벼운 자동차 부품용 경량 소재 개발도 추진한다. 전자파 차폐 효율이 35dB인 에어백 커버 부품을 개발해 내기도 했다. 사업단의 최종 목표는 지름 5㎚ 이하 나노카본 설계 기술을 구현해 기존 소재보다 55% 이상 가벼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탄소 나노 복합소재 사업화를 위한 양산 투자도 서두른다. 내년 142억원을 시작으로 오는 2018년까지 총 3조9236억원이 투자된다. 사업이 종료되는 오는 2018년까지는 11조1000억원의 탄소 나노 복합소재 관련 매출을 유발하는 동시에 1770명의 신규 고용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윤창훈 나노 복합소재 사업국장은 “원천 기술을 확보해 우리나라가 나노 복합 소재 강국으로 진입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면서 “2차연도 사업 기간에는 올해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들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