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방한] 한국 ICT, 구글 손잡고 비상 모색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7일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동통신 3사 대표, 삼성전자·LG전자·팬택 최고경영진 등을 연이어 만났다. 해외 기업 CEO가 한 차례 방한을 통해 국가원수부터 담당 부처 수장과 업계 유력인사 등을 일거에 만난 것은 드문 일이다.

 우리나라가 안드로이드 생태계 핵심파트너 구글과 협력을 확대한다는 기대감이 확산되는 동시에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이 구글에 안고 있는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난 하루였다.

 ◇모바일 비즈니스 기대감=슈미트 회장은 정부와 산업계 회동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 활동 지원과 NFC를 비롯한 모바일 비즈니스 발전에 협력하기로 했다.

 구글이 정부와 함께 인터넷 창업자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우리나라 1인 및 중소 개발기업에게 희소식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이끄는 기업이다. 구글의 유무형 지원이 뒷받침된다는 것은 사업기반이 미약한 중소기업도 해외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동통신업계와 협력도 기대된다. KT·SK텔레콤·LG유플러스 3사 CEO가 슈미트 회장과 공통적으로 나눈 대화는 NFC 기반 모바일결제·광고, 안드로이드마켓을 통한 신규 부가 서비스 등이다.

 구글이 앞서 선보인 ‘구글 월릿’ 서비스를 우리나라에 적용할 경우 이통사와 솔루션업계에는 신규 매출, 이용자들에게는 새로운 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반 애플’ 전선 모색=슈미트 회장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신종균 사장과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장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 최고 경영진과도 잇따라 만났다.

 슈미트 회장은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만남에서 안드로이드 진영 최고 파트너로서 더욱 긴밀한 협력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슈미트 회장은 이날 만남에서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가 벌이는 특허전쟁에 최대한 삼성을 도울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상반기 구글이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하면 삼성전자와 크로스라이선싱 등을 통해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점쳐진다. 슈미트 회장은 넥서스S, 갤럭시 넥서스 등을 잇는 차세대 구글폰 개발에도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와의 만남에서도 슈미트 회장은 긴밀한 협력체계를 강조했다. LG 역시 차세대 구글폰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을 심도깊게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구글’ 없으면…=우리나라 ICT 정책과 산업을 이끄는 모든 인사가 슈미트 회장을 줄서 만났것에 비해 구체적인 성과물은 적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외 기업 CEO가 대통령을 예방할 때 발표되는 단골메뉴인 직접투자에 관한 내용도 없었다. 규제 기관장이 만났지만 최근 논란이 된 개인위치정보 수집 문제 등 현안에 대한 해법 찾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통 3사 역시 현재까지 진행하던 수준의 협력 논의에 머물렀다는 평가도 있다.

 구글 월릿 서비스만 봐도 구글 입장에서는 파트너를 늘리는 선택의 문제지만, 이통 3사 입장에서는 각 사별로 반드시 한발 앞서 손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묻어났다.

 4년 전 방한 당시 SK텔레콤과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 등과 만났던 일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일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만남 자체에 급급한 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함께 세계 ICT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구글의 세를 확인할 수 있는 하루였다”며 “해외 플랫폼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ICT 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미트 회장의 숨막히는 하루=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7일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며 국내 주요 인사와 쉴새없이 미팅을 가졌다. 슈미트 회장은 오전 삼성동 파크하얏트호텔에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과 면담하며 숨가쁜 일정을 시작했다. 이 자리엔 서진우 SK플래닛 사장도 배석했다.

 이어 남산 하얏트호텔로 이동한 슈미트 회장은 이석채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박병엽 팬택 부회장 등을 잇따라 접견한 후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청와대 일정을 마치자마자 오후 4시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로 이동했다. 슈미트 회장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면담했다. 이어 늦은 오후 모바일 분야 최대 파트너 삼성전자와 LG전자 최고경영진을 만나 숨가쁜 하루의 방점을 찍었다.

 장지영기자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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