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메카인만큼 실리콘밸리에 관련 행사가 많지만 한국인들을 위한 스타트업 경진대회는 없었습니다. 한국인 관점에선 한마디로 ‘풍요 속 빈곤’이었죠.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스타트업을 고민할 수 있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지난달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제1회 미주 앙트러프러너십 대회에 참가한 이지영 씨는 한인 대상 스타트업 경진대회 개최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 평소 창업에 뜻이 있었지만 미국 현지에서 공감대를 갖고 창업의 꿈을 키워갈 동료와 적절한 멘토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미 스타트업 전문가들의 비즈니스 모델 평가와 조언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얻기 힘든 귀한 것이었다.
그는 “창업에 관심 있는 미주 한국인들의 현지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서라도 이런 행사가 더욱 자주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와 미국 동부 보스턴에서 두 차례 열린 한인 대상 스타트업 경진대회는 바로 타이드인스티튜드(TIDE Institute) 작품이다. 타이드는 기술(Technology)과 상상력(Imagination), 디자인(Design),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뜻하는 영어단어 앞자리를 조합한 말이다. 새로운 기술과 상상력에 디자인 능력을 갖춘 창업자를 길러내기 위해 지난 2월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미주 한인들의 네트워크 형성과 우수 스타트업 발굴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번 행사는 타이드의 기획에 여러 단체들이 뜻을 함께하면서 그 규모가 커졌다.
미국의 싱귤래러티 대학교와 교육과학기술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한국전자인증, 스마일게이트, 한국연구재단, 재미과학자협회, MIT 총학생회 등이 후원했고 타이드와 희망제작소가 공동 주최했다.
고산 타이드 대표는 “원래는 보스턴에서만 작게 진행하려고 했는데 여러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이 행사 취지에 공감을 표하면서 실리콘밸리를 포함, 2차례 대회를 여는 것으로 규모가 커졌다”며 “미국 현지 장소 섭외와 홍보 등도 유학생과 교포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첫 번째로 열린 실리콘밸리 행사에는 총 10개 팀이 즉석에서 꾸려져 대회기간 동안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고 최종발표를 통해 멘토와 투자자들의 평가를 받았다. 이미 창업을 한 스타트업기업들도 전문가들 앞에서 자신들의 비즈니스모델을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실리콘밸리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팀은 에듀-파이터(Edu-fighter)로 이베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야후 디자이너, 일본에서 공부 중인 디자이너, 한국 콘텐츠 프로바이더가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만나 팀을 구성했다. 에듀-파이터는 교육용 게임이란 아이디어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었고 1등 수상을 계기로 실제 창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멘토로 참여한 금기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사무총장은 “미국과 한국의 시장이 다를 수 있다”며 “에듀-파이터가 한국에서 창업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보스턴에서 열린 두 번째 대회 역시 성공적이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한인 유학생들로 멀리 뉴욕, 시카고, 심지어 서부 시애틀에서 날아온 참가자도 있었다. 보스턴 대회에선 현장에서 만들어진 6개 팀과 이미 활동하고 있는 4개 팀의 발표가 진행됐다. 보스턴 대회 우승은 여성 매니큐어를 지우는 간편한 키트 제품을 개발한 이지톡(Easy Tok)에 돌아갔다. 이지톡의 아이디어는 당장 상품화가 가능하고 잠재 시장도 커 심사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지톡은 행사가 끝나기 무섭게 대회기간 나온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 등록을 마무리하고 진지한 창업 고민에 들어갔다.
고 대표는 “미국에서 개최한 첫 번째 대회인데도 현지 반응도 좋고 무엇보다 참가자들의 아이디어가 빛났다”며 “외국 현지에서의 스타트업 경진대회의 가능성과 의미를 확인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