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홍진기 콘텐츠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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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프로그램 황금시간대인 주말 저녁 6시에도 시청률이 평균을 밑돌아 고민하는 방송제작자가 있다. 유능한 PD를 영입하고 유명한 배우와 진행자를 발탁해도 별로 뾰족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그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시청자에게 선택 받는 방송을 만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지난달 프랑스 칸에서 열린 ‘국제영상콘텐츠박람회(MIPCOM)’에서는 한국에서 온 한 중소기업인이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홍진기 콘텐츠랩 사장(43). 방송 콘텐츠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R&D) 도구(tool)을 만드는 것이 그의 일이다. 주최 측이 발행하는 소식지 ‘MIPCOM NEWS’는 홍 사장과 콘텐츠랩을 ‘미래 기술’을 가진 잠재력 있는 회사로 평가했다.

 “별로 관심을 두지 않던 사람들이 설명을 듣더니 태도가 바뀌더군요. 최근 영국으로부터 현지 사무소를 만들어서 협력하자는 제안도 들어왔습니다.”

 홍 사장은 포맷 전도사다. 방송 프로듀서(PD)로 남부럽지 않은 제작 실력을 뽐냈지만 감에 의존한 방송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09년 콘텐츠랩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포맷 분석에 매달렸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만 R&D할 게 아니라 방송 콘텐츠도 R&D를 통해 대중 매체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상대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과 단순하게 감에 의존하는 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회사가 개발한 ‘TV시청률 연동 포맷 분석 시스템’은 방송을 초단위로 쪼개서 시청률의 변화를 읽어낸다. 처음에는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은 분석 데이터들도 일정량 이상을 축적하게 되면 시청자가 어떤 장면을 선호하는지, 어떤 장면에서 채널을 돌리는지 밝혀 낼 수 있다.

 홍 사장은 이런 프로그램 진단 리포트를 매일매일 방송사에 제공한다. 하루하루 시청률이 집계되는 우리나라 방송환경에 맞춘 서비스다. 포맷을 분석해 카메라의 앵글, 배우의 위치 등을 일일이 기록해 장단점과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법까지 찾아준다.

 앞으로는 웹과 스마트기기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툴을 선보이고, 해외의 포맷 등록 및 인증 기구 ‘FRAPA’와도 제휴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K-POP이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체계적인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례를 드라마, 뉴스,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적용하는 것이죠.” 홍 사장은 “영국·일본·미국·네덜란드 등에서는 이미 프로그램 R&D가 정착돼 있다”면서 “우리나라에도 콘텐츠 R&D를 뿌리내려 시청자가 원하는 질 높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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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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