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담당하는 정책금융기관을 대폭 개편한다. 금융시장 불안 장기화에 대비해 중소기업 및 창업 분야 자금 지원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기업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기관 기능 개편을 추진한다. 우선 산업은행이 맡아 온 시장안정 기능을 정책금융공사로 이관할 방침이다. 기업 구조조정 주도권을 정책금융공사가 쥐고 방송통신융합, 녹색산업, 바이오헬스 등 신성장 사업 자금지원도 전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수출입은행은 국외 플랜트, 무역금융 등 은행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게 된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히든챔피언 육성 사업’ 등이 다른 금융기관과 겹치는 등 국내용 사업에 집중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기업 지원 사업은 기업은행이 넘겨받게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영역 구분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신보와 기보의 역할도 확실히 나눌 예정이다. 재무제표 평가를 중심으로 한 전통기업 보증업무는 신보에서, 기술력 평가 중심의 벤처·혁신기업 보증업무는 기보에서 맡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이들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중소기업 자금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담을 진행한 뒤 자금지원 체계 문제점을 파악할 계획이다.
정책금융기관 개편은 경기 불안 요인 증가로 중소기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시중은행들은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중소기업 대상 자금 지원을 줄여 금융시장 불안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대기업과의 거래 정도에 따라 금리, 대출금액 등에서 차등화된 금융지원을 받는 대기업 중심 자금 지원 구조도 개편 추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 기능 개편은 기관 간 업무 중복을 줄이고 핵심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아직 기관 통폐합까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또 올해 연말 종료되는 중소기업 자금지원 패스트트랙(fast track, 신속지원 프로그램) 재연장 여부도 검토 중이다. 보증기관의 40% 보증을 붙이고 은행 대출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패스트트랙은 최근 이용률이 저조해졌지만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심리적인 안정 효과가 있다. 반면 수혜기업이 ‘부실위험 기업’으로 낙인찍히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한국은행이 조사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치인 100을 찍었던 중소기업 업황 BSI는 이후 점차 낮아져 지난달 79를 기록했다. 은행들의 대출 의향을 설문조사한 대출태도지수도 중소기업의 경우 올해 1분기 22에서 4분기 13으로 급락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실물 경제가 어려워지면 대기업은 견디겠지만 중소기업은 힘들어질 것”으로 보고 중소기업과 창업에 대한 금융 지원 대책을 집중 점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