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감면도 끝…부동산시장 '발등에 불'

50% 감면 조치 두달후 종료..주택협회, 1년 연장 건의

유럽 재정위기 겹쳐 더욱 위축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강건택 기자 = 주택 취득세 50% 감면 조치의 종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가뜩이나 침체한 부동산 시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9억원 미만 주택 등에 대해서는 감면 조치가 부분적으로 연장될 예정이지만 그 폭은 줄어들게 돼 거래 부진과 전세난 압박에 시달리는 주택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올해 말로 끝나는 취득세 감면 혜택의 연장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지만 부동산 현장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는다.

◇건설업계 "취득세 감면 1년 더 늘려라" =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협회는 최근 행정안전부와 국토해양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건의서를 제출해 취득세 감면 기간을 내년 말까지로 1년 더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등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국내 투자심리가 잔뜩 위축된 가운데 세제 혜택마저 줄어들면 침체한 주택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주택협회 김동수 실장은 "전세난 해결을 위해 주택 매매거래를 살리고, 중산층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서는 취득세 감면이 꼭 필요하다"며 "주택 거래가 늘어나야 일자리 창출과 내수경기 활성화가 가능하고 지방세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월22일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연말까지 9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한 1주택자나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종전 4%에서 2%로,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한 1주택자의 취득세율을 2%에서 1%로 각각 낮췄는데 세수 감소에 따른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로 감면 기간을 전면 연장하지는 못했다.

다만 9억원 이하 1주택자와 일시적인 2주택자에 한해 내년까지 1년 더 취득세를 줄여주기로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지만 세율이 올해 1%에서 내년 2%로 올라간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에게는 사실상 세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업계가 신축주택 판매 부진과 신규 사업물량 감소 등으로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는데 취득세 혜택이 사라지면 주택 매수세가 더 줄어들지 않겠느냐"며 "건설사의 신축 분양주택, 특히 중대형 판매에 더욱 애로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취득세 감면 조치의 종료가 부동산 시장에 어느정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부동산은 세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취득세는 거래에서 발생하는 세금 중 가장 비중이 크니까 취득세 환원 조치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없다"며 "수요자들에게는 세금이 종전 수준으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더 오르는 것처럼 느껴질 테니 거래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토해양부도 고민에 빠졌다.

취득세 감면 연장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자체가 세수 부족으로 반발하고 있고, 3.22 대책에서 취득세 세수 감소분을 정부가 전액 재정에서 보전해주기로 했던 만큼 정부 재정상황 등을 고려할 때 연장을 고집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이 최근 주택거래량 증가에 도움이 된 만큼 감면 혜택이 사라지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취득세 감면 혜택은 지자체와 세수와 정부의 재정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현장도 시름…혜택 종료에도 매매 `썰렁` = 부동산 시장에서도 취득세 감면 조치의 종료가 더 깊은 침체의 늪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엿보인다.

유럽과 미국의 경제위기 우려, 금융환경의 불안 등으로 하향세를 탄 중대형 아파트와 재건축 매매가격이 더욱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C공인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과 관련해서는 매수자보다 오히려 매도자들의 문의가 많다"며 "취득세 감면이 끝나면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개포지구 재건축 속도가 늦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개발보다는 서민 주거복지를 우선시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싸늘해진 재건축 시장은 취득세 원상 복귀가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도 있다.

서초구 반포동 D공인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고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무서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상황인데 취득세 혜택이 줄어들게 되면서 매매수요가 더욱 위축될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연말 거래가 잠깐 살아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전반적인 시장 침체 상황을 고려하면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C공인 관계자는 "어차피 집을 살 사람들이 연말에 몰리긴 할 텐데 그게 내년 초에 사려던 사람이 매입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세금까지 올라버리니 (내년에는) 거래가 더 안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양천구 목동 H공인 관계자는 "손님들에게 취득세 감면 혜택이 곧 끝나니까 집을 사는 것도 좋다고 권한 적이 있는데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겠냐`며 매입을 망설였다"며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아직은 반응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감면 종료를 앞두고 12월에는 어느정도 거래가 되겠지만 혜택이 없어지는 내년 초에는 더욱 거래가 없어질 수 있다"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세금 몇 푼을 아끼려고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m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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