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탈카드 시장 2035년 325억 달러, 10년 새 7배 전망
높은 진입장벽 속 양강 구도, 한국 코나아이 등 주목
디지털 결제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플라스틱 카드는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퍼졌지만 시장은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 메탈카드 시장은 연평균 24.4%의 고성장을 달리며, 일론 머스크의 X마저 새로운 금융 서비스의 상징으로 메탈카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다. 프리미엄 폼팩터로서 메탈카드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3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가 금융 서비스 'X머니(X Money)'의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X머니의 핵심 상품은 '메탈 비자 직불카드'다. 카드에는 사용자의 X 핸들이 각인되며, 연 6% APY, 3% 캐시백, 해외 결제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이 담겼다.
전 세계 약 6억 명의 월간 활성 이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이 물리적 메탈카드를 새로운 금융 서비스의 얼굴로 내세운 점이 눈길을 끈다. 베타 테스터들이 SNS에 메탈카드 실물을 공유하며 화제를 모으는 현상은, 메탈카드가 결제 수단을 넘어 일종의 브랜드 경험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메탈카드 시장 데이터도 카드의 사양산업 담론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메탈카드 시장 규모는 2026년 45억 달러에서 2035년 325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CAGR) 24.4%는 같은 기간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성장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전 세계 30억 명 이상의 가처분소득 증가에 따른 프리미엄 소비재 수요 확대, 그리고 메탈카드를 경험한 소비자가 플라스틱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고자산 고객의 이탈률을 낮추는 핵심 수단으로 메탈카드 프로그램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에서 메탈카드는 북미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신용카드 문화가 깊게 정착된 미국에서는 JP Morgan Chase, American Express 등 대형 금융사들이 프리미엄 고객 유치 전략의 핵심으로 메탈카드를 활용해왔다. 특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메탈 소재를 활용한 혁신적인 카드 디자인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는데, 글로벌 카드 제조 업계에서는 해당 제품군 뒤에 어느 공급사의 기술력이 뒷받침되고 있는지가 관심사로 꼽혀왔다. 메탈카드 제조 특성상 대형 발행사들은 공급사 공개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실제 제조 역량을 가진 플레이어의 존재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럽에서는 영국 레볼루트(Revolut)를 필두로 한 핀테크 업체들이 메탈카드 경쟁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로열티 프로그램과 연계한 메탈카드 혜택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MZ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카드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중산층 확대와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 확산을 배경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으로 꼽힌다.
간편결제, 전자지갑의 확산이 실물 카드를 대체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X머니는 디지털 지갑과 메탈카드를 동시에 제공하는 구조를 택했다. Revolut 메탈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센추리온(블랙카드), 애플카드 티타늄 등 글로벌 핀테크·금융사들이 경쟁적으로 메탈 등 혁신 소재 라인업을 강화하는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디지털 결제가 보편화될수록 프리미엄 물리 경험의 차별화 가치가 오히려 부각되는 구조다.
글로벌 메탈카드 제조 시장은 현재 미국 컴포시큐어(Composecure)와 한국의 코나아이를 중심으로 한 양강 구도가 형성돼 있다. 코나아이 IR 자료에 따르면 이 두 회사만이 글로벌 수준의 메탈카드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구조는 쉽게 바뀌기 어렵다.
시장 진입 자체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메탈 베니어(Metal Veneer) 공정은 CNC 장비 등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공정 노하우 축적이 필수적이다. 또한 JP 모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레볼루트 등 대형 고객사들은 품질과 공급 안정성이 검증된 기존 공급업체와의 장기 관계를 유지하는 경향이 강해, 신규 업체가 이 고객사들을 확보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실제로 이 세 고객사가 글로벌 메탈카드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나아이 IR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프리미엄 혁신 소재 카드 시장 진출 이후 현재 Metal Veneer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약 35%를 확보하며 양강 체제를 구축했으며, 2025년에는 연간 700만 장 이상을 판매했다. 100% 자회사 코나엠이 생산 및 연구개발(R&D)을, 코나아이가 글로벌 사업개발과 영업을 담당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로 R&D 속도와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코나아이 조정일 대표는 “결제 방식이 아무리 디지털화돼도, 사람들은 결국 자신을 드러내는 무언가를 원한다. 플라스틱이 아닌 메탈카드를 꺼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표현이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그 물리적 존재감은 더 선명해진다. 메탈카드라는 폼팩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또렷하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