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광주지역에 건립 중인 국립과학관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운영비 부담을 둘러싼 정부와 지자체 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 준공 시기가 수개월째 늦춰지고 있다. 과학관이 건립되더라도 운영 예산이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1000억원대 지역 국립과학관 건립사업이 정부의 대표적 실패사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준공 일정 수개월째 미뤄져=대구테크노폴리스 내 11만7천356㎡ 규모로 건립예정인 대구국립과학관은 총 사업비가 1151억원으로, 이 가운데 부지매입비 275억원을 포함한 343억원을 대구시가 부담했다.
예정대로라면 다음달 준공이지만 공사기간이 고무줄처럼 늘어져 내년 5월에야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지난 2009년 10월에 착공해 이미 공사기간을 2년이나 넘긴 셈이다.
광주시 오룡동 첨단과학산업단지에 들어설 광주국립과학관(9만 8248㎡)도 총 사업비 945억원을 투입, 당초 지난 8월 준공할 계획이었다. 현재 85% 가량 공사가 진행됐지만 내외부 전시물 설치 등 마무리 공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운영비 부담 이견 못좁혀=정부의 과학관 건립 예산 지원 속내에는 ‘운영비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지자체와 정부 간 국립과학관 운영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정부 지출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과학관 건립이후 운영비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겼다.
공사기간이 늘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과학관 건립사업이 확정된 이후 지자체가 운영비에 대한 정부안을 수용하지 않자 건립비 지원을 차일피일 미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교과부는 최근 지자체의 입장을 일부 받아들여 운영비의 70%를 국비로, 나머지 30%를 지자체에서 부담하도록 하자며 한발 물러섰다. 이 과정에서 법인화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이에 대해 과학관이 어떤 형태가 되든 정부가 운영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구국립과학관은 내년에 당장 82억원, 오는 2012년에는 105억원 가량의 운영비가 소요될 전망이다. 그 다음해부터는 연 평균 150억원 가량의 운영비가 투입돼야 한다. 이 가운데 30%를 지자체가 부담한다면 연간 평균 45억원이 고정적으로 투입돼 가뜩이나 재정이 약한 지자체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주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과학관 건립비의 30%를 지자체에서 부담했는데 매년 운영비의 30%를 떠안는다면 시 재정에 엄청난 부담”이라고 말했다.
과학관 육성법 제3조에는 ‘국립과학관은 국가가 설립·운영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대전국립중앙과학관과 국립과천과학관은 매년 운영비 전액을 국비로 지원한다. 기존 과학관과 비교해서 형평에 맞지 않다는 것이 지자체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는 운영비의 10%정도까지는 부담할수 있다는 선까지 물러났다. 그래도 매년 평균 15억원이 드는 셈이다.
◇부산시는 운영비 30% 부담키로=정부는 지난 2006년 당시 영남권과 호남권에 각각 한 개씩의 국립과학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영남권에서는 대구시가 부산시와의 치열한 유치경쟁 끝에 지난 2007년 과학관 건립사업을 따냈다. 그 후 부산시는 동남권 국립과학관 사업(사업비 1469억원)을 별도로 추진, 지난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대상사업을 통과했고, 내년 착공해 오는 2014년쯤 완공 예정이다.
부산시는 과학관을 법인화해 운영비의 30%를 부담하기로 정부와 이미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대구와 광주에 운영비의 전액을 지원하게 되면 부산도 동일한 조건을 적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부담을 안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당초 국립과학관 건립사업을 추진할 당시에 운영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고, 특히 운영비 지원에 관한 사항은 기획재정부 소관”이라고 떠넘겼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과학기술 문화 거점 확보를 위해 추진하는 국립과학관 건립사업이 준공이 채 되기도 전에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