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입점 문제없나"…인천공항 '長考 모드'

공항 "수수료인하·수익구조 변화 등 거시적 검토 필요"

구찌 "인건비 부담·반품 허용 고려하면 추가이익 없어"

이탈리아 고가 패션브랜드 구찌의 롯데면세점 추가 입점을 심사 중인 인천공항공사가 예상 외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어 구찌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30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구찌를 인천공항 내 자사 매장에 추가로 들이려고 올해 7월께 공항공사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이날까지 원하는 회신을 받지 못했다.

최초의 절차 지연에는 롯데면세점의 실수가 크게 작용했다.

판매하는 제품의 상표가 구찌로 변경된다는 사실을 빠뜨렸다가 신청서를 반환당한 것이다.

입점이 늦어지자 구찌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표명했고 이에 롯데는 이달 중순 부랴부랴 서류를 보완해 다시 신청서를 냈다.

업계에서는 지난 22~23일께 구찌의 입점 승인에 대한 판단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항공사는 예상을 벗어나 장고 중이다.

이는 최근 구찌가 한국 면세점에 대해 수수료(면세점 이익률) 인하를 요구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구찌가 면세점에 보장해주는 이익률을 낮추는 것이 공항의 수익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면세점이 구찌로부터 보장받는 수익이 줄어든다면 장기적으로는 공항에도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을 비롯한 면세사업권자의 수익 구조가 악화될 경우 공항이 이들로부터 받는 임대료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 상표가 면세점에 내는 돈이 줄어들면 그만큼 이들이 국외로 가져가는 이익이 커지기 때문에 정부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공항공사 입장에서는 `국익(國益)`이라는 관점에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탓인지 공항공사는 수수료 변경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수익 구조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꼼꼼히 살피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 브랜드가 수수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하면 면세점의 이익이 줄어들고 이는 공항의 수익과도 무관치 않다"며 "공항이 국가 공공기관인 만큼 관점을 크게 잡아 살펴보고 있고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찌 관계자는 "시내 면세점에 대해서는 수수료율을 10％포인트 낮춰달라고 했지만, 공항면세점에 대해서는 3％포인트만 인하를 요구했다"며 "우리가 인건비를 전액 부담하고 반품도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추가 이득을 보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입점 허가가 늦어지는 것은 수수료가 아닌 다른 이해관계나 정치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공항공사의 의사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지만 설사 구찌의 입점을 허용하더라도 매장 개조에 앞서 시설 변경에 대한 별도 승인이 필요하고 공사에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구찌가 올해 안에 롯데면세점에 추가 매장을 여는 것은 요원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