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후에 이 단체는 아마 사장될지도 모릅니다.”
지난 2008년 10월 열린 전자신문 주최 ‘제1회 정보과학 만남의 날’ 행사장. 청와대 관계자와 유수 기업인들이 모인 가운데 우수 동아리 부문 발표의 제일 마지막 순서에 발표자인 내가 뜬금없이 한 말이다. 그 후 장내 분위기가 좀 싸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2007년 경기도 시흥의 대야초등학교에서 ‘정보과학영재단’을 처음 만들었다. 지역 특성화 사례 발표대회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한 순수 자율 컴퓨터 인재양성 활동팀이 전자신문에서 주관한 대회에서 대상에 선정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보과학 인재교육은 학교현장에서 소외 받고 있었다.
이후 2008년 경기도 고양시 신능초등학교로 옮겨 2009년에 신능초 부설 고양시정보과학영재학급 설치계획서를 제출, 경기도교육청에서 인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듬해 정보과학영재단의 프로그램을 영재교육기관인 고양시정보과학영재학급으로 전환해 제도권 교육에 적용했더니 그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학교 단위에서 고양시 전체 학교로 대상을 넓혔더니 컴퓨터와 정보과학 관련 인재들이 들끓었다.
당시 고양시 정보과학영재학급의 입시 경쟁률은 10 대 1에 육박했고, 정보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전국 단위의 각종 로봇, 미디어교육, 과학탐구 대회에서 입상했다. 덕분에 고양시 정보과학영재학급은 고양시는 물론이고 경기도에서 우수한 영재교육기관으로 인정받아 우수기관, 우수학교, 우수교사 표창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현재 정보과학영재학급은 고양시 전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42개 학교 60명을 선발해 정보사고력을 키우는 사이버 교육을 하고 있다. 내가 아는 정보과학 전문가를 총동원해 가르친다.
경기도에 정보과학 분야 영재교육기관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의욕이 넘치고 초등학생인데도 수준이 높다. 학부모의 반응은 더 뜨겁다. 학부모들이 스스로 단체를 만들어 영재교육 정보를 나누고, 로봇, 영화, 프로그래밍 관련 소그룹과 학부모 후원 모임 등을 만드는 등 매우 적극적이다.
정보과학 관련 영재 교육과정에서 전자신문이 많은 도움이 됐다. 전자신문사가 본교에 무료로 신문을 보내줘 새로운 전자정보사회의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영재교육 대상 학생이 토론을 하거나 실생활에서 연구 주제를 선정하는 데도 전자신문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전자신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자정보통신 분야 일간지다. 개발 중이거나 새로 개발된 따끈따끈한 최신 전자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많아 우리 아이들이 설계할 미래를 꿈꾸는 데 아주 귀중한 자료가 됐다.
우리나라 컴퓨터교육이 이제 일반 소양교육 차원을 벗어나 국가의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정보과학 영재교육으로 옮겨 가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아이폰과 특허 전쟁 등 신문을 온통 장식하는 화두가 정보통신이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초고속 네트워크를 구축한 IT 강국 한국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위기감을 갖고 더 창의적이고 우수한 정보 인재를 길러내는 일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다행히 전자신문이 대대적으로 ‘IT교육지원 캠페인’을 벌이는 것을 보면 정보과학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전자신문이 3년 전 한 무명 교사에게 일생일대의 커다란 기회를 준 것처럼, 다른 숨은 인재를 찾아 격려하고 정보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지원이 아쉬운 사람이나 단체에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감동 있는 사업을 펼쳐주길 바란다.
요즘은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 기간이다. 올해 경기도에서 인가된 1067개 영재학급 가운데 1000개 정도가 수학-과학 영재학급이다. 그 가운데 정보 관련 영재학급은 16개에 불과하다. 어떤 인재가 우리나라에 필요한지 살펴야 할 때다.
홍창의 신능초등학교 교사 icag@naver.com
◆홍창의 교사=1967년 출생. 경인교대 교육대학원 석사 및 교원대 정보영재 박사과정. 전자신문 주최 ‘제1회 정보과학 우수인재육성 우수교사(동아리부문)’ 장관상 수상. 영재교육 관련 교육감 표창 10건.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탐구반 운영 및 전국과학탐구대회 다수 수상. 현재 신능초교 교사. 고양시 정보과학영재학급 운영. 경인교대 시간강사. 경기도 정보과학영재교육 교사동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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