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하는 전기 생산의 약 3분의 1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은 1978년 고리 원자력발전소를 턴키 방식으로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30년 만에 원자력 기술자립을 이루고 2009년 말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상용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그러나 최근 예상치 못했던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원전 안전성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에서 핵물리학을 전공하며 감마선, 베타선, 중성자 등 방사선량을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검출소자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박사후연구원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일하면서 방사선량 측정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성능을 지닌 열형광소자를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이후 정규직으로 삶의 터전을 삼은 곳이 원자력연구원 원자력교육센터다. 여기서 방사선 연구개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원자력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원자력 교육 프로그램 개발, 강의, 책자 발간, 실험장비를 개발했다.
가장 큰 임무는 첫째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 및 개도국과 협력해 원자력 도입 희망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맞춤형 교육훈련과 인력양성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다. 개도국을 대상으로 우리 원자력 자립기술 경험을 공여하는 교육을 통해 우리 원자력 우수 기술을 홍보하고 한국 우호 인맥 네트워크를 확대함으로써 원자력 수출에서 전위부대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세계원자력대학과 공동으로 국제 원자력 사회를 주도할 미래 원자력 리더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함으로써 세계 원자력 인력 양성을 선도하고 있다. 2007년 35개국 102명이 참가한 6주간 세계원자력대학 여름학교를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내년에도 세계 젊은 방사선 전문가를 대상으로 3주간 방사선기술 학교를 우리나라에서 열 예정이다.
원자력 연구개발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었지만 원자력 교육 분야에서 주로 일하다 보니 연구개발에 더 깊이 참여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쉽다. 그러나 원자력 교육 분야에서 일하며 연구와 더불어 다양한 활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성과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었던 주된 배경은 원자력 기술의 전문성과 여성으로 부드러운 소통 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제2, 제3 원전 수출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전위부대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한다.
국내 원자력 산업 분야 인력은 2009년 기준 2만3297명이다. 여성은 1154명으로 전체의 약 5%에 불과하다. 거대한 원자력발전소를 생각하면 원자력이 남성적으로 보이겠지만, 원자력은 사실 기술집약적이고 섬세하며 빈틈없는 여성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여성 과학자의 섬세한 손길과 빈틈없는 기술로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을 더 환경 친화적이고 안전하게 발전시키길 기대한다.
남영미 한국원자력연구원 대외교육팀장 ymnam@kaeri.re.kr
후원: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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