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현의 미래키워드] 디지털콘텐츠 소비 방식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는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단순히 콘텐츠 자체 가격에만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콘텐츠를 구하기 위한 비용에도 돈을 지불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콘텐츠가 담고 있는 경험과 감성, 그리고 콘텐츠 구입 편리함과 시간 절약이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 전 좋아하는 공연을 앞두고 밴드 음반을 구입해서 들었다. 음반은 집에서 듣기엔 편하지만 집밖에서 듣기엔 불편하다. 그래서 밴드 음원을 구입해서 스마트폰으로 들었다. 밴드 공연 때는 밴드 자필 서명이 들어간 CD를 구입했다. 집에 똑같은 음반이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나는 똑같은 콘텐츠를 3개나 구입했다. 하지만 별로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똑같은 콘텐츠를 구입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MP3는 구입한 음반에서 추출할 수 있다. 컴퓨터 CD롬에 CD를 넣고 간단한 프로그램만 실행하면 된다. 하지만 이 작업이 귀찮을 뿐만 아니라 일부러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도 없다. 음원 판매 전문 사이트를 통해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음원을 필요한 곳에 담는 게 시간 절약도 되고 편리하다. 공연 전에 밴드 음반을 구입했지만 공연 후 밴드 자필 서명이 들어간 음반을 다시 구입한 것은 그것이 특별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밴드에 대한 애정 표현 방법이기도 하다.

 IT혁명이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 지도의 저자 김중태 원장은 사람들이 아이튠즈에서 노래를 구입하는 이유가 복제품을 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노래 한 곡 찾으려고 낭비하는 시간보다 1달러 내고 얼른 듣고 싶은 노래를 내려 받는 것이 더 편하고 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돈과 시간을 교환한 것이다. 음원을 소장하고 있지만 같은 음원이 수록된 음반을 사는 이유는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제품을 소장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귀찮고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을 싫어한다. 공짜로 음원을 얻기 위해 검색하고 친구에게 물어보느니, 잘 정리된 사이트에서 편안하고 필요한 때 얻길 원한다. 거기에 콘텐츠에 대한 애정까지 더해지면 소비자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디지털 시대에 콘텐츠를 돈 받고 판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거기에 다양한 서비스를 입히고 거래 비용을 줄여주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주면 가능하다. 앞으로 콘텐츠 분야에 다양한 비즈니스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ETRC센터장 조광현 h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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