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씨는 일주일에 한 번 회사로 출근하지 않는다. 그 대신 집 근처 스마트워크센터를 찾는다. 이날 아침은 여유 있다. 아이와 같이 밥을 먹고, 등교 준비도 돕는다. 회사로 출근할 때 드는 시간과 비용도 안 든다.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일할 때 더 생산적이 된다고 여긴다.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은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스마트워크센터는 내게 ‘선물’과 같은 존재다.”
정보통신기술(ICT)은 이렇게 삶을 바꿀 수 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의 삶을 바꿀 것이다. 스마트기기 보급 확대와 클라우드서비스 활성화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더욱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초기 ICT 도입의 목적은 비용 절감이었다. 업무 처리에 드는 각종 비용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심지어 사람까지 줄였다. 아웃소싱이 그랬다. 한계가 있다. 아무리 줄여도 어느 선까지다. 그러자 효율성 제고가 부각됐다. 업무 처리 과정을 혁신하는 수단으로 썼다. 한정된 시간에 더 일을 많이 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ICT 인프라가 고도화했다. 고객까지 연결됐다. 이젠 부가가치 창출이 더 중요해졌다. 기업마다 ICT에 기반을 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 창출을 모색한다.
ICT 대중화와 더불어 사회가 달라졌다. 수직적인 일방향 사회가 수평적인 양방향 사회로 넘어간다. 개인 삶과 사회의 질 향상이 ICT의 새 목표가 됐다. 개인과 기업을 넘어 사회적 고민이 됐다.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도 덩달아 많아졌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꽉 막힌다. 정부와 정치권이 고민은커녕 ICT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한다. 예정에 없던 선거다. 발단은 무상급식 논란이다. 단계적 실시냐, 전면 실시냐로 격돌하다가 서울시장이 주민투표에 부쳤다. 개표조차 못하자 사임했다. ICT만 제대로 알고 활용했어도 막대한 비용을 들인 주민투표나, 비방이 난무하는 보궐선거를 하지 않아도 됐다. 교통카드처럼 생긴 급식카드를 일괄 지급하되 누가 무상급식 대상자인지 모르게 하면 양쪽 다 수긍할 수 있다. 서울시도 지난해 실무선에서 이 방안을 검토했지만 공론화조차 안됐다.
ICT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분명 한계가 있다. 그래도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높은 사교육비는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ICT 활용 교육으로 그 비용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의료비는 저소득층에게 큰 부담이다. 원격의료와 디지털병원을 활용한 의료복지가 새로운 대안이 된다.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빨리 좋아지게 만들려면 ‘ICT 활용’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 보궐선거 막판 불거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속 논란은 아쉽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검·경에 불법 행위 단속은 중요한 일이다. SNS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달리 접근할 수 없었을까. ‘이렇게 하면 선거법으로 잡겠다’며 SNS를 위축시킬 게 아니라 ‘이렇게 잘 이용하라’는 긍정적인 접근이 더 좋지 않은가. 제도화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세상이 더 나아지려면 제도와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더디다. 그 촉진제로 ICT를 쓸 만하다. 그런데 세상을 바꿀 힘이 있는 사람들은 ICT를 모른다. 알아도 애써 외면한다. ICT를 아는 사람들은 세상을 바꿀 힘이 모자란다. 둘 사이의 교집합이 거의 없다. ICT가 사회 통합과 발전보다 갈등과 분열에 쓰인다. 생산적인 논의는 실종된다. 교집합을 더 넓히는 것,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하는 우리 사회의 새 화두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