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움(Bk), 자포늄(Jp), 프란시움(Fr) 등의 이름이 붙은 원소들이 있습니다. 원소 주기율표에서 잘 보지 못한 원소들이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은 모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원소이기 때문입니다. 원소의 이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들은 버클리대학, 일본, 그리고 프랑스에서 발견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새로운 원소를 찾아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코리아늄’이란 이름이 붙어 원소주기율표에 올라갈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들 원소는 어떤 방법으로 찾아낼까요. 아주 거대한 현미경으로 불리는 가속기라는 장치를 사용합니다. 국내에서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내에 오는 2018년경 중이온가속기가 구축된다고 합니다.
Q:중이온가속기란 무엇인가요?
A:기본적으로 가속기는 큰 현미경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입자나 이온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뒤 이를 충돌시켜 변화를 관찰하는 장비입니다. 입자에 따라 전자가속기·양성자가속기·중이온가속기로 나눠집니다. 즉 가속입자가 전자면 전자가속기, 양성자면 양성자가속기, 중이온이면 중이온가속기가 되는 것이죠.
과학벨트에 설치될 ‘KoRIA(Korea Rare Isotope Accelerator)’는 중이온가속기입니다. 여기에서 중이온이란 수소, 헬륨보다 무거운 지구상의 모든 원소의 이온을 말합니다.
우라늄을 예로 가속기의 구동원리를 살펴보죠. 우라늄 가스를 가속기에 주입하면 가속기 내 전자발생장치를 통과하면서 전자와 충돌, 양성을 띤 중이온이 만들어집니다. 다음 단계에서 이 중이온을 빛의 속력에 가깝게 가속시킵니다. 가속된 중이온과 희귀 동위원소를 만드는 표적이 충돌하면 여기에서 새로운 희귀 동위원소가 만들어집니다.
KoRIA는 첫 번째 가속으로 만들어진 동위원소 빔을 다시 가속해 매우 희귀한 동위원소를 만들 수 있어 타 중이온가속기보다 우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Q:중이온가속기로는 무엇을 연구할 수 있나요?
A:앞서 얘기했듯이 중이온가속기는 희귀 동위원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 외에도 천체물리, 원자력, 생물, 의학, 원자 및 고체물리 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사용됩니다.
우선 우주의 원소지도를 완성하고 별에 대한 연구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도구입니다. 가속기로 탄생 초기에는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졌던 우주에서 어떻게 다양한 원소들이 생성됐는지 밝힐 수 있겠죠.
재료·물성기초연구에도 활용됩니다. 중이온 빔을 활용해 초미세 구조를 제작하고 다양한 나노물질의 이동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린에너지 소자, 차세대 조명재료 등 신소재 원천기술 개발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원자력 에너지 이용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 원전 폐기물 생성량을 줄이는 원천기술 개발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 가속기 운용 시 발생되는 중이온 빔은 방사선 이후 가장 혁신적인 암 치료 기능을 가진 것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밖에 희귀 동위원소를 이용해 DNA, 단백질, 생체고분자 구조, 암흑물질, 우주탄생의 비밀 등 세계 20대 난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Q:가속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나요?
A:아닙니다. 이미 다른 나라에 많은 가속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럽에는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둘레가 27㎞나 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강입자가속기(LHC)가 있습니다. 또 미국 페르미 국립연구소(FNAL)에는 둘레가 6.3㎞인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입자물리 가속기가 있죠. 이들 가속기는 빅뱅에 의한 우주 탄생의 순간을 재현하고 자연의 근본 원리를 연구하는 순수과학 연구용 시설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들 가속기에 비해 다소 늦기는 했지만 KoRIA는 다양한 희귀 동위원소를 만들어 세계 최고 에너지로 가속시키는 새로운 형태로 전 세계 과학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희귀 동위원소 가속용 중이온가속기는 빔의 에너지보다 빔의 세기가 중요한데요. KoRIA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빔 세기를 자랑합니다. 희귀 동위원소를 핵자당 200MeV의 높은 에너지로 가속할 수 있는 가속기는 전 세계에서 KoRIA뿐이라고 합니다.
주최: 전자신문 후원:교육과학기술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련도서>
◇‘한권으로 충분한 우주론’ 다케우치 가우로 지음, 전나무숲 펴냄
복잡하고 난해할 것만 같은 우주론을 일반인과 학생들이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흥미진진한 설명과 풍부한 사진, 그림, 도표를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대중 우주론이라는 평가다. 고전이론에서 포스트 아인슈타인 이론까지 우주론의 모든 역사를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서술했으며 핵심주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특히 물리학에서 자주 거론되는 가속기에 대한 명쾌한 설명도 있다. 기초 과학상식만 있다면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과학서다.
◇‘꿈꾸는 다락방 스페셜 에디션’ 이지성 지음, 국일미디어 펴냄
이 책은 과학서가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성공’ 법칙을 설명하면서 입자가속기를 거론해 흥미를 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쿼크나 전자도 없는 진공 속에 에너지가 흐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입자가속기가 설치된 실험실이라면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입자가속기는 전자나 광자 같은 물질의 최소단위만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가 물질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꿈꾸는 ‘성공’ 역시 같은 원리로 이뤄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