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술무역수지,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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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기술’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를 시시각각 넘나든다. 그 넘나듦 속에 기술은 국가 간 협력의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때론 상대를 공격하는 날카로운 무기로 변신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9위(2010년)의 무역 강국이지만 기술무역 부문에서는 아직까지 초라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기술무역의 규모는 늘리고 적자 규모는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그럴 것이 2009년 한해만 해도 우리는 35억달러 어치의 기술을 수출하고 84억달러 어치의 기술을 수입해, 무려 49억달러의 기술무역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기술무역수지는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 확대에 힘입어 2001년 0.23에서 2005년 0.36, 2009년에는 0.42로 점진적이나마 개선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산업별로 세분화하면 정보통신과 섬유 분야는 기술무역수지가 개선되는 반면, 전기전자와 기계 분야는 더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들 분야가 주력 산업 분야인 만큼 첨단기술 도입이 활발히 이뤄져 적자 수지 폭 역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핸드폰에 사용되는 CDMA 기술의 사용 대가로 매년 기술 수입액의 20% 이상을 지불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술무역을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선순환 구조로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기술 수출기업 수룰 늘려야 한다. 모니터, 자동차, 핸드폰, PC기술 등을 수출하는 약 2080개의 기술 수출 기업 수를 2배로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도 기술수출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수출 역량을 키워야 하고, 외국에서 관심을 갖는 알짜기술이 클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둘째로 우리의 기술 수출선을 다원화시켜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 기술 수출액의 60% 이상이 미국과 중국으로 수출되고, 그 중 약 75%가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로 수출하는 형태다. 또 도입되는 기술의 55% 이상은 미국에 편중된다. 이제는 이러한 기술무역 편식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ODA 사업을 확대해 제3국으로 기술 진출을 함께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무역 수지를 개선해 나가는 데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도입한 기술을 전략상품과 연결시켜 고부가가치를 높여가는 것이다. 이야말로 한국의 본 무역수지를 개선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반도체, 선박, 무선통신기기 등 상위 상품 5개를 수출하는 국내기업은 2009년에 세계 7개국으로부터 35억1800만달러의 기술을 도입했다. 이들 기업들은 이를 기존 상품에 접목시켜 기술도입액의 45배인 1581억4500만달러의 상품을 수출했다. 특히 자동차와 선박은 기술료의 100배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만약 우리에게 필요한 핵심기술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그만한 수출을 기대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또 국내에 한번 도입된 기술은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주변 기술을 견인하는 데에도 큰 몫을 한다.

 우리는 더 이상 기술무역 수지가 적자로 나타난다고 안타까워 할 것이 아니라 소재와 핵심부품 등에 필요한 기술들은 오히려 전략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술을 기존상품에 접목시켜 더 큰 가치를 만드는 ‘부가가치 확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여기에 기초연구를 강화한다면 머지않아 실속 있는 원천기술을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기술무역수지, 이제는 단순한 숫자에 울고 웃어서는 안 된다. 그 수치 안에 숨겨진 더 큰 가치에 집중 할 때다.

김영식 KIST 기술정책연구소장 kys@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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