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여인영 드림웍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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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에서 제일 중요한 게 캐릭터입니다. 확실한 캐릭터가 나와야 탄탄한 스토리도 가능합니다.” ‘쿵푸팬더2’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여인영 드림웍스 감독(39)은 쿵푸팬더의 흥행 배경은 결국 잘 만든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애니메이션 한 편을 제작하는 데 일반적으로 4년이 걸립니다. 이 중 2년 6개월을 캐릭터와 스토리 작업에 투자합니다. 플래시 등 기술적인 부분이 중요하지만 90분 동안 관객이 정말 보고 싶은 캐릭터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따집니다.”

 여 감독은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드림웍스의 첫 아시아계 감독이다. 영화 역사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여성 감독이라는 별명이 따라 붙는다. 여 감독은 1년에 수백편의 애니메이션이 나오지만 드림웍스가 성공작이 많은 것은 캐릭터가 완벽하고 디테일에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토리와 캐릭터를 작업하는 데 20~30명을 투입하고 이후 400~500명이 달려들어 본격적인 제작 작업을 진행합니다. 가장 역점을 두는 장면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공을 들입니다. 2초 분량을 찍는 데 보통 1~2주일을 투자합니다.”

 실제로 쿵푸팬더 1편에서 나쁜 캐릭터가 탈옥하는 장면은 1년 6개월에서 2년이 걸렸다. 5분 분량의 다리에서 싸우는 장면은 8개월을 소요했다. 3~5분 만드는 데 이 정도 시간이 필요하니 중간에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실상 제작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미교포인 여 감독은 네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쿵푸팬더’ 스토리를 책임졌고 ‘마다가스카’ 제작에도 참여했다. 드림웍스에 합류하기 전에는 HBO애니메이션에 몸담았다. 쿵푸팬더2는 결코 운 좋은 감독이 하루아침에 만든 작품이 아닌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와 다릅니다. 애니 감독은 일이 분산돼 있습니다. 매번 만나는 사람이 다릅니다. 그룹별로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실사영화는 조명·배우·스턴트맨 등 모든 스태프가 찍는 순간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여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함께 일하는 400여명의 제작진을 하나로 묶는 건 노하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시 애니메이션의 생명은 창의성이다. 여 감독은 창의성은 개인이 타고나는 면도 있지만 환경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직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 드림웍스는 일단 출근하면 일 이외에는 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여 감독은 “회사에 의사와 영양사는 물론이고 요가강사까지 있다”며 “직원을 위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여 감독은 “드림웍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10대 기업에 뽑혔다”며 “최고 작품을 만드는 직원을 최고로 대우해준다는 모토가 수많은 히트작을 만든 보이지 않는 비결”이라고 힘 줘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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