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것에는 가격이 있다. 사고파는 제품에는 당연히 가격이 있고 공짜도 알고 보면 숨겨진 가격이 있다. 우리가 따지기 힘든 생명·행복·미래에도 보이지 않는 가격이 존재한다. 물론 쓰레기나 공해에도 가격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가난한 나라일수록 공해의 가격이 낮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먹고 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오염에 가치를 별로 부여하지 않고 오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술 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가격을 부여하고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미술품 가격이 매우 높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작가의 미술품 가격은 선진국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백남준 작품을 비롯해 우리나라 유명작가 작품 가격은 상당히 낮다. 서울옥션이나 K옥션 같은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미술품 가격을 보면 이런 생각은 더욱 확실해 진다. 자존심이 구겨질 정도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공해의 경우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술품에 대해 가치를 별로 부여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미술품과 같은 예술을 너무 소비재로 보는 경향이 있다. 기분전환용 아니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본다. 영어로 말하면 카타르시스(catharsis)다. 하지만 예술은 이런 소비재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은 예술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상상력과 창의력의 원천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카탈리스트(catalyst), 즉 촉매다. 촉매란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상대편을 변하게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예술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예술을 보는 사람은 머리에서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자신이 변하는 것이다. 이처럼 예술은 소비되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과정에 투입되어 생산성을 올리는 중간재, 더 나아가 생산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술품에 대해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려고 하지 않은 것일까. 재벌과 갤러리 간의 뒷거래로 탈세를 한다고 하여 미술 시장을 불투명하고 건전치 못한 시장으로 보는 것일까. 자신이 미술품을 구입하기 위해 지불하는 가격이 과연 적정한지 그리고 다른 작품의 가격이 정말 믿을 만할까
이러한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 우리나라 미술업계는 미술시장 규모와 미술품 가격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보다 투명한 정보를 만들고 있다. 외국에서는 ‘메이모제스 미술지수’라는 글로벌 미술지수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이 지수는 회화·판화·조각·사진 등 작품 소재별로 혹은 올드마스터와 19세기, 인상파와 모던, 1950년 이전의 미국, 전후와 컨템퍼러리처럼 작품 시기별로 작품 지수를 발표한다.
한국미술품감정협회는 미술 시장에서 거래되는 현황 정보를 미술품 구매자와 투자가에게 보다 투명하게 제공하기 위해 미술품 가격 정보와 지수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미술시장 지수가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금융시장 정보인 코스피 지수, 코스닥 지수, 다우존스 지수, S&P 지수처럼 훌륭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는 한류 붐을 타고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 드라마를 통해 주로 남성배우들이 중심이 된 한류 1.0이 시작됐다. 2000년대 후반과 최근 들어 케이팝(K-pop)을 중심으로 한류 2.0이 정착했다. 캐릭터·애니메이션·한식·한글도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또 어떤 장르가 한류 3.0, 4.0이 될까. 순수예술인 한국 미술이 그 바통을 이어받기를 바란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이사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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