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참담한 심정이다.”
6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확인감사는 최근 발생한 방통위 고위공무원 비리 의혹에 대한 최시중 위원장 사과로 시작됐다. 최 위원장은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 신뢰에 흠집이 나고 방통위 명예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공직 기강을 바로 잡는 자성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당초 정책 질의를 벗어나 비리 의혹에 관한 소모적 논쟁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최 위원장의 공식적인 사과로 이를 마무리한 후 바로 질의에 들어갔다. 망 중립성 정책 수립, 방송현안 조기 해결, IPTV 활성화 대책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스마트TV ‘무임승차’ 논란=방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스마트TV 제조사가 네트워크 투자비를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예고했다. 스마트TV에 관한 망 중립성 논의는 현재 투자비 분담을 요구하는 통신사업자와 이를 거부하는 스마트TV 제조사 간에 접점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용경 의원(창조한국당)은 스마트TV가 확산되면서 인터넷 망에 트래픽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이에 관한 망 중립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스마트TV가 IPTV 대비 15배, 일반 PC 대비 80배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지만 제조사는 망 이용대가 분담을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의원은 “가전사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으면 결국 네트워크 투자비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애플, 구글 같은 회사가 국내 스마트TV 시장에 진출하면 콘텐츠 독점 수입은 거둬가면서 통신망에는 무임승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망 중립성 정책 정립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방향에 대한 답변은 유보했다. 최 위원장은 “스마트TV를 포함해 망 중립성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방송 현안도 도마 위에=방송계의 뜨거운 감자인 KBS 수신료 1000원 인상안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채널 배정 및 광고 영업 문제도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최 위원장은 올 상반기 국회 문방위를 파행으로 이끌었던 KBS 수신료 1000원 인상안에 대해 KBS 지배구조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 위원장은 수신료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이병석 의원(한나라당) 의원 지적에 “수신료뿐 아니라 KBS 지배구조 문제도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면 수신료 문제도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주장해온 ‘지배구조 개선 후 수신료 인상’에 보조를 맞췄다.
종편 동시 개국일 12월 1일까지 채널 배정 등 준비를 마칠 수 있냐는 질의에는 “이미 2~3개월 전부터 협의해 왔고 거의 막바지”라며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종편을 미디어렙 법안에 포함시키는 것을 3년 뒤로 유예하는 게 어떻겠냐는 질문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끊나지 않는 통신요금 문제=지난달 22일 국감에 이어 통신요금 추가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반복됐다.
전혜숙 의원(민주당)은 “우리 국민 90% 이상이 통신요금을 비싸다고 여긴다. 스마트폰 요금제 역시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 수익 중심으로 설계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5만5000원 정액 요금제 가입자 가운데 40%가 기본 사용랑 초과로 인해 매월 1만3000원 이상을 초과 부담하고 있다. 이를 통해 통신사업자가 얻는 추가 매출은 연간 45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의원은 “기업주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통신요금 인하를 고민해야 한다”며 ‘통큰 인하’ 정책을 주문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