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 통신요금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앞서 기본료 1000원 인하를 중심으로 연간 1조5200억원 규모 인하정책이 마련됐음에도 정치권의 요금인하 공세가 이어져 논란이 예상된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동통신요금 인하에 관한 지적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연이은 해킹 사고로 부각된 개인정보 유출, 불투명한 휴대폰 가격 구조, 부실한 IT산업 지원책, 공전하고 있는 미디어렙법 입법화 등에 관해서도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전병헌 의원(민주당)은 “2009년 11월 아이폰 출시 이후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했지만 방통위가 연초 제시한 노인전용 스마트폰 요금이 출시되지 않았고 정액 기준 요금을 낮추려는 움직임도 없다”고 지적했다.
전혜숙 의원(민주당)도 “가입비·기본료 폐지와 문자메시지 무료가 현실화될 것으로 알았는데 이뤄지지 않았다”며 추가 인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미 시행된 기본료 1000원 인하 등은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1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큰 규모”라며 “(추가 요금 인하는) 통신설비 투자 등 통신사업자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는 최근 마련한 요금인하안을 채 시행하기도 전에 추가 요금 인하 요구가 나오자 당황하는 기색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인하 요구가 국회 질의의 단골 메뉴로 자리 잡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통신요금 불만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는 불투명한 휴대폰 공급 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진성호 의원(한나라당)은 “휴대폰 출고가격은 같은 기종이라도 국내가 해외 보다 많게는 4배 가까이 비싸다”며 “우리나라 국민들이 왜 비싸게 휴대폰을 사야하는가”라고 질타했다.
부실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조진형 의원(한나라당)은 “올들어 현대캐피탈, SK커뮤니케이션즈 등 한달에 한 번꼴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방통위가 매년 수백억원을 개인정보 보호에 투자하면서도 이같은 문제가 나타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민간기업의 개인정보 수집을 조장하는 인터넷 실명제 개선 의지를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인터넷 실명제가 악플 방지 등을 위해 2007년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이제 실명제도 점진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안형환 의원(한나라당)은 정부의 ‘IT홀대론’ 문제를 제기했다. 안 의원은 “현 정부들어 IT산업 홀대론이 나오며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대책을 물었다.
이에 최 위원장은 “IT산업을 전혀 홀대하지 않고 있다”고 전제하고 “정부가 IT산업을 내일의 국운을 열 수 있는 산업으로 보고 IT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상반기 내내 국회 문방위를 달궜던 방송광고대행사(미디어렙), KBS 수신료 인상안도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병석 의원(한나라당)은 정부의 미디어렙법안이 종편을 미디어렙 적용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배경 설명을 요구했다. 홍성규 방통위 부위원장은 “새로운 매체이기 때문에 인큐베이팅 기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진성호 의원은 “정치적 견해가 너무 달라 국회에서도 합의를 못 하고 있지만 중소·종교방송 등 취약 매체에 대해서는 특별법이라도 통과시켜야 하니 방통위에서 방안을 만들어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최종원 의원(민주당)은 종편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국내 제약회사 매출 기준 상위 40개사 중 11곳이 종편에 투자를 한 기업”이라며 “방통위가 일반의약품 광고규제 완화 등 광고시장을 GDP 1%까지 키우겠다는 것은 종편 밀어주기 아니냐”고 꼬집었다. 최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행정부가 특혜 줄만한 카드가 없다”고 대응했다.
한세희·오은지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