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부설 고등과학원(KIAS)의 독립법인화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고등과학원이 세계적 순수 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독립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고등과학원법안’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주문하고 나섰다.
고등과학원은 1996년 카이스트 부속 정부 출연기관으로 설립됐다. 4명의 교수가 기초과학 분야 ‘국가석학’으로 선정될 정도로 대내외적 실력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KAIST 부설기관이라는 제한 때문에 ‘순수 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서 독립적인 위상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등과학원 측은 “상위기관의 기관장 교체 등에 따라 독립·지속적 운영이 어렵다”며 “고등과학원 발전을 도모할 별도 이사회가 없고 연구 공간과 숙소 사용 제약 등으로 국내외 연구자들의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박영아 의원은 지난 2009년 ‘고등과학원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고등과학원의 독립법인화’와 연구개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발전기금 설치 등을 골자로 한다. 최근 ‘고등과학원법안’ 공청회에서도 과기계는 계류 중인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다.
김명환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교수는 “고등과학원은 출연연 국제평가단 평가에서 수학부, 물리학부, 계산과학부 모두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됐다”며 “KAIST 부설기관이라는 법·제도적 위상이 고등과학원이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성장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고등과학원 설립모델인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를 비롯한 세계 기초과학 연구소가 모두 독립 연구기관이라고 덧붙였다.
이공주복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도 “고등과학원은 부설기관으로서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이는 독립법인화를 통해 가능하다”라며 “부설기관에서 독립하는 데 평균 10년 정도가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고등과학원 독립은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반면 상위기관인 KAIST는 고등과학원 독립법인화에 부정적이다. 이순칠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고등과학원은 이미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법적인 독립이 고등과학원에 어떤 효과를 가져다 줄 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