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회복 시점에 대한 이종철 회장 전망 추가>>
이종철 회장 "포스코 해운업 진출 엉뚱"
"선박금융기관 설립..해기사 양성 절실"
"포스코 같은 대형 화주가 본업과 상관없는 해운업에 진출하는 것은 대기업들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을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산업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입니다."
이종철 한국선주협회장이 지난 16일 저녁 제주도 한화리조트에서 기자들에게 선주협회의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최근 해운업 진출을 꾀하는 포스코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해운업계는 최근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대우로지스틱스에 투자한 포스코가 사실상 해운업에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TX그룹 해운지주 부문 총괄 부회장인 이종철 선주협회장은 "국내 30여개 중소 선사가 포스코 물량을 주로 운송하는 상황에서 포스코의 물류산업 진출은 이들 업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포스코가 해운업, 물류업에 진출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해운업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대량화주가 해운사를 차려 자회사의 물건을 직접 나르는 이른바 2자 물류"라며 "철강 제품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조선, 자동차 등 연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본연의 책무인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다소 엉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비교해봐도 일본 주요 기업은 자국 선사들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어 이들 선사가 장기적으로 물량을 안정적으로 실어나를 수 있도록 버팀목 역할을 한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본 선사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국내 5대 선사의 규모를 합쳐도 일본 최대 해운사인 NYK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3자물류가 활성화된 선진국과는 달리 물량 규모가 어느 정도만 되면 직접 해운사를 차려 2자물류에 뛰어드는 국내 기업 풍토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에는 현대차그룹을 대주주로 하는 글로비스, 삼성전자가 대주주인 삼성전자로지텍, LG 방계 일가가 대주주인 범한판토스 등 대기업에 딸린 2자물류 회사가 다수 존재하고, 이들은 모기업의 풍부한 물량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DNA 자체가 서로 다른데 고유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제조업이 서비스업을 종속적으로 생각한다면 양쪽 모두 발전을 할 수 없다"며 "브라질 철강 회사 발레사가 1990년대에 해운회사를 직접 차렸다가 전문성 부족으로 참혹하게 실패했듯 해운업 진출은 포스코에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장은 이어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본업 이외의 분야에 진출하기보다는 업종 고유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규모의 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국가의 정책적 고려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 국적선사들이 국내 발전용 석탄, 제철원료, LNG, 철강재 등 대량화물의 83% 정도만을 수송하는 데 비해 중국이나 일본은 자국 대량화물 수송시 외국 선박의 참여를 봉쇄하고 있다며 국내 해운업의 활성화를 위해 우리도 국적선사에 더 많은 기회를 줄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과 함께 열악한 선박금융과 해기사 인력 부족도 해운업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선박 금융은 해운을 하는 나라 중에서 우리가 가장 취약하다"며 "이런 구조 속에서 국내 해운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절이 바뀌듯 해운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교차하는 업종인데 우리 금융은 이런 해운업의 특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황기에 호황기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까지 금융권은 호황일 때는 리스크 관리없이 대출을 남발해 불안을 가중시키고, 불황일 때는 해운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거꾸로 된 투자행태를 보여왔다"며 "사실 지금이 금융권과 해운업이 협조해 저가의 배를 대량으로 구입해 경쟁력을 확보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주협회는 현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선박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고, 무역보험공사는 해운선사에 선박 구매 보증을 제공하고 있지만 선박 금융의 안정적 지원을 위해서는 선박 금융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와 조율 중이다.
해기사 양성과 관련해서는 "해운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은 배가 아닌 사람"이라며 "전문성을 갖춘 해기 인력이 공급돼야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는 배를 타고자 하는 하급 선원들이 전무하고 고급 선원들마저 외국에서 공수해오는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해운업계는 연간 1천800명의 신규 해기사를 필요로 하지만 한국해양대, 목포해양대 등을 통한 정규양성 해기사는 연간 880여명에 불과해 부족분을 단기양성 과정을 통해 배출된 해기사와 외국인으로 채우고 있다.
이 회장은 "선원은 고된 일이고 전문성과도 무관하다는 이미지가 국민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이 3~4년 배를 타고 세계를 누비며 경험을 쌓으면 나중에 해운 전문 CEO나 해운 전문 변호사나 금융가, 도선사 등 다양한 분야로도 진출할 수 있다"고 말하며 청년 실업 해소 차원에서라도 해기사 양성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선주협회는 해기사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현행 750명선인 해양대학교의 정원을 2천명 선으로 대폭 충원할 것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선주협회는 외상상선 해기사 수요가 2020년까지 매년 7%, 해외취업 상선은 매년 16%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최근 조명받기 시작한 해양플랜트 분야 역시 인력 충원이 필요한 만큼 향후 몇 년 동안 해기사 인력의 100% 취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이종철 회장은 "내년만 잘 넘기면 2013년부터는 해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며 "해운업계와 금융당국, 정부가 협력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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