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제2의 ERP가 된 `에너지 관리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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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에너지관리 IT 시장이 유례없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6월 명세서를 제출한 470개 업체들이 이달 환경부와 탄소 배출량 목표치를 정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470개의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 업체가 선정 및 발표된 이후 1년 만이다.

 적어도 이 기업들에 에너지 절감은 선택의 여지 없는 의무사항이 됐다. 오는 12월까지 에너지 절감을 위한 세부 이행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IT를 이용한 에너지 관리에 갑작스러운 관심이 모인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목표관리 대상 업체가 수년 내 1000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자 남 일 보듯 하던 중소기업들도 덩달아 나섰다. 기존까지 ‘고효율 설비 교체’만을 해결책으로 생각해왔던 기업들이 올해부터 ‘에너지 절감’을 목표로 설비 전체를 모니터링하면서 관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각기 분리돼 있던 데이터를 통합해 관리해야 한다는 컨셉트 또는 IT를 통한 경영의 이슈로 부각됐다는 점에서 에너지관리 IT 시장은 제2의 전사자원관리(ERP) 시장으로 부상했다.

 ◇정부의 강력 드라이브…‘벌금’ 피하려면 IT궤도 수정 불가피=업체들과 협상을 진행 중인 환경부는 470개 업체의 에너지 관리를 함으로써 국가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60% 이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정부는 이 절감 목표치를 분기 단위로 관리하면서 2020년까지 국가적 절감량을 목표로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에 대항해 업체들이 꼽는 방편은 고효율 설비로의 교체부터 에너지관리시스템(EMS) 구축 등 갖가지다. 절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업체들에는 연 1000만원 등 벌금이 부과되며 한편으로 이미지 실추도 적지 않은 타격이다.

 선진국들이 에너지 절감을 무기로 신흥 국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무역장벽을 쌓고 있다는 점도 골치다. 이대로 201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작되면 한 기업당 수십억원의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 등 국가에 비해 저렴한 국내 산업용 전기세는 기업들의 전력 절감 필요성도 무디게 해왔다.

 이에 발맞춰 삼성전자,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조선해양, SK에너지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에너지관리를 위한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산정·보고·검증(MRV)을 위한 인벤토리 시스템 등 IT를 보강하거나 새로 구축하고 있다. 한양대 등 대학을 포함한 공공기관들도 하반기부터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중견 이상 되는 기업 및 기관들은 에너지 소모량 데이터를 모아 정부에 보고하는 것 자체가 적지 않은 짐이란 것이 시스템 마련의 첫 번째 동기다.

 ◇모니터링에서 ‘양방향 제어’로 진화=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EMS의 눈에 띄는 장점은 데이터의 집계와 모니터링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요구하는 리포트 형식을 맞춰 보고하기 간편해진다. 이어 최근 트렌드는 ‘양방향 제어’로 진화하고 있다.

 딜로이트컨설팅 관계자는 “지난해의 정보 수집은 단순히 탄소 배출량이 얼마인지 측정하는 데 머물렀지만 올해부터 기업들이 추진하는 IT 사안은 ‘감축’”이라고 단언했다. 부문별·시간대별로 필요한 에너지를 적절히 쓰고 있는지 통합 모니터링하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기업들의 관심은 모니터링된 정보에 대해 실제 설비를 ‘온오프(On/Off)’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기울었다. 이른바 ‘양방향’ EMS다. 아직 제조업계 등에서 양방향 EMS를 갖추기 위한 시도는 걸음마 단계다.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사무실 및 공장 등 전사 EMS 구축을 통한 통합 에너지관리를 일찍 추진한 사례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상반기 1단계 개발에 착수한 데 이어 전 공장 및 사업장을 대상으로 에너지 배출량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후속 개발을 통해 설비 제어까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어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조선 업계에서 처음으로 전사 통합 양방향 EMS 구축을 시작했다.

 ◇선진국들은 IT연합군 결성해 에너지와 전쟁 중=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덴마크 등 세계 각국은 에너지 관리를 위한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를 통해 에너지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출자하고 민간 기업과 IT 기업 등이 참여한 형태로 이뤄지는 ‘연합군’ 형태가 대세다.

 가까운 일본에선 ‘쿨어스(CoolEarth)’ 국책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정부 주도의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보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 주도로 샤프, 교세라 등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태양광과 연료전지 등 다양한 개발이 이뤄진다.

 덴마크에서 2009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EDISON 프로젝트에는 IBM, 지멘스 등이 참여해 전기차와 신재생 에너지를 위한 시스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추진되는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는 48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한 대단위 그린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민간 기업 주도의 그린(Green)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주로 스마트그리드 및 BEMS 표준화와 보급을 목표로 하며 GE, IBM, 인텔 등 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이 같은 선진국들의 세계 에너지 패권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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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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