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를 가장 빠르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영역은 바로 엔터테인먼트다. 콘텐츠와 플랫폼 모두 최신의 기술과 트렌드를 소화하는데 여념이 없다.
TV는 발명된 이후에 가정 엔터테인먼트의 중심부를 놓친 적이 없다. 가장 비싸고 중요한 가전 중 하나로 대접받아왔다.
TV는 콘텐츠와 하드웨어가 합쳐진 원조 ‘융합 기기’다. 이런 TV의 특징은 스마트 시대를 맞아 더욱 부각된다. 기존 방송사만이 공급했던 콘텐츠의 제작 주체가 개인까지 확산 됐고 수동적으로 했던 시청 방식은 점점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능동적으로 진화 중이다. TV가 지능을 품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삼성·LG 등 가전업체의 대표주자들은 스마트TV 시장에서 한 치 양보 없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구글·시스코 등 인터넷 기업과 네트워크 기업까지 자사의 강점을 내세우며 도전 중이다.
스마트TV의 핵심은 ‘콘텐츠 유통’이다. 지금까지는 제조사가 TV를 만들고 방송사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등 사업자들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였지만, 스마트TV가 등장하며 이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되었다. 주도권은 방송사나 TV제조사가 아닌 운영체제(OS)와 콘텐츠 마켓을 가진 이들에게 넘어갔다. 가정의 시청문화는 이제 ‘본방사수’보다는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형태로 흘러가고 있다.
스마트 혁명에 선두에 서 있는 애플은 이미 여러해 전부터 기존 방식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공급하는 ‘애플TV’를 꿈꿔왔다. 다른 제품에 비해 늘 신통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지만 앱스토어와 아이튠즈라는 막강한 콘텐츠 시장을 보유한 지금 애플은 자신의 전략이 옳았음을 확인 했다.
애플과 각을 세운 구글 역시 개방형 OS로 이 시장을 노린다. 구글TV는 가전회사들에 자사의 개방형 OS를 심어 중소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애플의 운용체계 iOS의 독주를 견제한 안드로이드 진영의 막강한 파워가 스마트TV 진영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네트워크 진영의 글로벌 리더 시스코의 포지션은 독특하다. 시스코가 최근 선보인 ‘비디오스케이프’는 네트워크 장비에 셋톱박스와 게이트웨이 등을 더해 놓았다. 일종의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이다. 시스코는 방송사나 콘텐츠 사업자가 비디오스케이프를 활용하여 N스크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구글, 애플처럼 콘텐츠 마켓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유통 플랫폼’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기존 TV 산업에서 지배력을 가져온 삼성과 LG는 이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바꾸어야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삼성과 LG의 강점은 완성도 높은 제조능력이다.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기가 TV인 만큼 조금의 불편함과 복잡함으로도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수 있다.
LG전자는 ‘쉽고 편리한 스마트TV’라는 슬로건 아래 손쉽게 화면을 제어할 수 있는 ‘핑거마우스 리모콘’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삼성과 LG가 스마트TV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이어가려면 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이다. 삼성은 이미 삼성앱스에 TV 콘텐츠 채널을 추가하는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