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매각될 듯
하이닉스가 최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SK텔레콤과 STX 양사 경영층을 대상으로 하반기 실적 설명회를 개최했다. 예측하기 힘든 시황, 하이닉스 경쟁력 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수의지가 약해졌던 양사는 이로써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분위기여서 매각에 다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8일 SK텔레콤과 STX에 따르면 지난 7일 하이닉스 측이 양사 경영층을 대상으로 ‘경영진 프레젠테이션’을 가졌다.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개별적으로 진행된 이번 설명회는 현재 진행 중인 예비실사에 포함되지 않은 하반기 실적과 시장 전망이 주로 발표됐다.
한 관계자는 “설명회는 하이닉스 측에서 양사 실사단이 아닌 경영층에게 직접 설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이뤄졌다”며 “그동안 실사단이 하이닉스의 7, 8월 실적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과 비교할 때 자발적으로 공개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실적 불확실성 해소=하이닉스는 설명회에서 3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적고 세계 경기 불황으로 반도체 시황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전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과 STX 관계자는 “예비실사에서 추가 실적 공개를 요구해온 것은 하반기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설명회에서 우리가 예측했던 손익 범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오히려 불확실성이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하이닉스 하반기 실적이 공개돼 채권단 입찰 안내서 공개 일정과 무관하게 본입찰 참여 여부 결정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관계자는 “양사 모두 인수 자금을 대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채권단이 제시할 구주 프리미엄이나 구·신주 발행 비율에 따라 전략이 다소 달라질 수 있겠으나 양측 모두 인수 의지는 강한 상태”라고 전했다.
◇연내 계약 체결= 채권단 내 협의가 미뤄지고 예비실사도 연기되면서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하이닉스 매각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채권단과 매수기업 모두 ‘연내 체결’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어 내년 초까지 미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주요 채권단인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취임 후 기자들과 만나 “하이닉스 매각은 무조건 연내에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매수기업들도 “일정이 다소 늦어졌으나 연내 인수 계약 체결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전했다.
전체 일정이 늦춰졌지만 본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실시할 본실사 기간을 앞당기면 이르면 11월 하순, 늦어도 12월 중순께에는 최종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애초 본실사 기간을 2개월로 잡았으나 사전 준비와 예비실사 과정에서 대부분 파악한 상태여서 본실사 기간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는 본입찰 안내서가 추석 연휴 직후 발송되고 본입찰이 이달 말께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선협상대상자는 다음 달 초에 선정된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