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분야에서 ‘서프라이즈’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벨연구소가 지난 기간 동안 독보적인 기술과 제품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미국 뉴저지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본사에서 만난 김종훈 사장(52)은 “다른 기업은 기대했던 목표를 무사히 달성한 걸 성공이라고 보지만 벨연구소는 다르다”면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깜짝 놀랄만한 기술을 개발해야 벨연구소에서는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소 엉뚱하더라도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과정이 세계 최고의 연구소로 자리매김한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이를 ‘리서치 프리덤(research freedom)’ 문화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지난 2005년부터 알카텔-루스튼 벨연구소 사령탑으로 부임해 올해로 6년을 맞았다. 루슨트가 알카텔로 합병되면서 루슨트 시절 벨연구소에 있었던 25명의 톱 레벨 엔지니어가 모두 퇴임했지만 유일하게 벨연구소를 지키고 있다.
그는 “벨연구소는 보이지 않지만 특유의 문화가 있다” 며 “이를 제대로 유지해 지금의 벨연구소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유로운 연구를 보장하는 ‘리서치 프리덤’ 문화와 함께 전 세계에서 인재를 뽑아오는 게 벨연구소의 진짜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벨연구소는 비록 본사 사무실은 미국이지만 이미 글로벌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절반 이상의 엔지니어가 외국인입니다. 전 세계에서 인재를 리크루팅하는 게 보이지 않는 힘입니다.”
김 사장은 또 ‘구글과 애플 쇼크’와 관련해서는 패러다임이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산업이 이동 중이며 이를 제대로 간파해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서는 하드웨어에서 시작합니다. 이어 소프트웨어로 이동합니다. 다시 소프트웨어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마지막으로 서비스로 옮겨 갑니다.”
김 사장은 특히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기에 시장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리서치가 앞서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리서치는 결국 기초 기술에서 나온다고 힘 줘 말했다. 역설적으로 소프트웨어가 강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강해야 하고 하드웨어는 기초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는 등 모든 산업이 서로 연관돼 있다는 설명이다.
자칫 어느 한 분야가 강조하다 보면 실질적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 사장은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소프트웨어 못지않게 오히려 기초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사장은 9월 말 서울 상암DMC에서 열리는 글로벌 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뉴저지(미국) =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