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는 ‘친환경’을 의미하는 접두어다.
원래 에코는 녹색으로 대표되는 환경 친화적 기술·제품·건물 등 순수하게 환경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술개발은 환경 영향이 적고 인체에 무해한 자연의 느낌을 살리는 식으로 진화돼 왔다. 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이 국가 비전으로 설정되면서부터 에코는 ‘친환경’에 ‘효율’이라는 의미를 더했다.
IT 분야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 기업기관 가트너는 IT가 배출량은 적지만 다른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가장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로 IT를 통한 효율 향상이다.
IT에 의한 효율 향상은 기기 성능 뿐만 아니라 전체적 시스템 효율 향상으로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 같은 성능을 내는 데 이전보다 적은 양의 에너지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들 것이니 효율 향상은 가장 효과적인 에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에코-통신, 네트워크 효율 UP=통신업계에 따르면 세계 유무선 네트워크 트래픽이 2009년 이후 4배 증가했고 탄소 배출량도 약 33% 늘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롱텀에볼루션(LTE) 등 4G로 이동통신 시장의 패러다임이 옮겨가면서 2010년 이후 5년간 무선 데이터 트래픽은 최소 3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 산업의 ‘에코’가 네트워크 효율을 높이는 데서 출발하는 이유다.
네트워크 장비 자체와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게 기본이다. 네트워크 기술과 인프라를 이용해 에너지 사용을 관리하는 기술은 네트워크 분야의 차세대 먹을거리로 떠오르고 있기도 한다.
일본 통신 사업자들은 일찍부터 스마트·에코 산업에 눈을 떴다.
현재 일본은 주로 친환경 에너지 활용과 기업차원의 캠페인에 초점을 맞췄다.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화석연료 사용 저감은 물론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였다.
◇에코-컴퓨팅, 녹색을 디자인하다=컴퓨팅 분야에서는 그동안 데이터센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거나 PC와 모니터·프린터 등 제품 수명을 늘리는 데 치중했다.
하지만 최근 컴퓨터를 통한 다른 산업과 사회 전반의 녹색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에너지 효율화와 교통·물류·전력망 등 사회간접자본(SOC) 지능화, 생활 공간 녹색화 등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솔루션이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컴퓨팅이다. 친환경 인프라를 운영하거나 기업과 가정의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는 데 컴퓨팅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린 컴퓨팅이 대표적이다. SW가 효율적일수록 필요한 하드웨어(HW) 소비를 줄여 전력 소비나 자재 비용, 폐제품 등을 줄일 수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을 모니터링하고 자동적으로 관리해주는 역할도 SW의 몫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그린 컴퓨팅의 핵심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온라인을 통해 설치공간과 에너지 소비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어 기업들이 녹색성장의 한 해법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
◇에코-전자, 절전형 가전이 대세=최근 막을 내린 IFA에서도 에코기술은 단연 이슈였다.
가전에서의 에코는 절전이다. 글로벌 전자업체들은 경쟁적으로 고효율 친환경 제품을 전시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전력 소비량을 60% 이상 줄인 제품을 선보였다. 에너지 비용은 치솟고 가정 내에 가전제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력소비를 줄이는 것은 당면 과제다. 가전제품을 사용할 때 전력소모량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대기상태에서 전력소모도 최소화하려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젠 에코가 신기술이 아니라 기본 탑재되는 시기에 이르렀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시행한 녹색기술인증은 9월 현재 382개 녹색기술을 배출했다. 3분의 1정도가 ‘그린IT’ 관련 기술일 정도로 기술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절전형 스마트가전 특허출원 건수도 2007년 12개에서 2008년 31개로 크게 늘어나는 등 매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이를 위해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 △고효율에너지기자재인증제도 △대기전력저감프로그램 등 3개의 효율관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규제도 기업들의 에코기술 개발 노력에 불을 붙이고 있다.
EU에서는 우리나라처럼 ‘TV 에코디자인 지침’을 마련, 지난해부터 대기모드 전력소비량을 1W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행되는 절전형 TV 규제도 올해부터 2013년까지 전력효율을 49% 높인 경우에만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중국도 폐전자제품 회수처리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에코-반도체, 전력 절감 기여도 대형 발전소 규모에 달해=반도체 분야에도 에코가 대세다. 바로 저전력 반도체다. 저전력 반도체는 에너지 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CO₂)가 적게 발생한다. 개별 절감량은 적지만 전체적인 에너지 절감효과를 갖고 온다. 그린 반도체가 적용되면 굳이 발전소를 더 짓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에너지 분야에 반도체 기술을 융합한 그린반도체는 스마트그리드나 조명 등에 적용, 에너지 절감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집중해온 탓에 아직까지 시장 주도권은 외국 기업들이 쥐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그린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모터구동 반도체와 조명용 LED 구동 반도체 등 그린반도체를 개발해 2015년까지 아날로그 팹리스 매출 1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과불화탄소(PFCs)’와 ‘액화천연가스(LNG)’, 전력·스팀 등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반도체 산업 자체에도 친환경 바람이 분다. 반도체 업계는 수년 전부터 기업 녹색경영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다양한 온실가스 저감활동과 협력사와의 공동 녹색 활동을 통한 환경 보호에 나서고 있다.
◇에코-금융, 녹색성장에 물대기=에코금융은 자본의 흐름을 바꿔주는 데서 출발한다. 자본이 녹색산업으로 흐르도록 함으로써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것이다.
에코 금융에 적극적인 것은 정부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제8차 녹색성장위원회에서 ‘녹색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정·금융지원 강화방안’을 발표, 기업이 녹색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녹색산업에 자금을 대도록 했다. 정부에서 재정·금융 지원을 통해 초기시장 형성과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세제지원을 확충하는 한편,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의 대상사업과 재정지원 확대도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녹색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도 은행권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인금융과 관련해서는 △이자의 일부를 환경단체에 기부하거나 녹색성장 관련 기업의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는 상품 △금리가 환경지표와 연동되는 예금 △이자로 탄소배출권을 구입하는 예금 등이 있다.
대출할 때도 친환경 주택 구입 자금 금리 할인이나 태양광발전 및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설치 자금을 빌려주는 사례도 있다.
카드사에서는 특정카드를 사용하면 적립된 포인트를 환경단체에 기부하거나 친환경 제품 구매시 캐쉬백 혜택을 주는 그린카드 상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앞으로 녹색산업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은 더욱 활성화 될 전망이다. 단순히 녹색산업 지원 차원을 넘어 하나의 수익 상품으로서의 성장도 예견된다.
◇에코-에너지, 더 높게 더 작게=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효율 전쟁이다. 자연 상태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인 만큼 효율이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태양광은 일조 시간에만 발전이 가능하고 풍력도 바람이 불어야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효율 30%를 넘기지 못하고 풍력은 일정 수준 이하로 크기를 줄일 수 없다. 대신 가장 한계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 바로 기술이다.
문제는 국내 업체의 참여가 늦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양광 분야에서 국내 기업은 반도체 강국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정부 주도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선진국 수준의 90%까지 따라잡았다는 평가다.
풍력은 설치와 유지 보수의 어려움으로 가볍고 작게 만드는 게 관건이다.
현재 GE가 최근 15㎿급 해상 풍력발전기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베스타스의 6㎿를 훨씬 뛰어 넘는 규모다. 초전도 자석과 가벼운 재료를 이용한 기어가 없는 타입으로 설계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자체 기술력으로 경량화된 3㎿급 풍력발전기를 자체 개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증속기 무게를 1㎿당 최소 10톤 이상이라는 공식을 파괴하고 1㎿당 7톤으로 30% 경량화한 게 특징이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