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전산업은 네트워킹 확산으로 격변기를 맞고 있다. TV·냉장고·세탁기 등 전원을 꼽고 버튼만 누르면 기능을 수행하는 단순 소비가전에서 네트워킹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새로운 융·복합 기술 기반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똑똑한 가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네트워킹으로 제품과 외부 정보망이 연결되고 제품 간 통신이 가능해짐에 따라 관련 기업의 생존 전략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싸고 좋은 제품’이 최고 가치였다면 새로운 스마트 환경에서는 다양한 기기와 콘텐츠에 ‘더 쉽게 더 많이 연동되는’ 제품과 서비스로 우선 순위가 바뀌기 시작했다.
◇“뭉쳐야 산다”=세계 전자산업 화두는 ‘생태계’다. 어느 기업이 사용자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개발자를 확보해 콘텐츠와 서비스를 늘려 나가는지가 기업의 생존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세계 IT 기업은 스마트폰 시장을 통해 생태계가 기업 생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다.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성장함에 따라 노키아 심비안OS, 마이크로소프트 윈도OS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과거의 명성을 잃었다.
반면에 시간이 지날수록 애플과 구글 진영에 더 많은 개발자가 참여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쏟아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사용자도 늘고 있다.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개발자·서비스·사용자·제품이 동시에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선순환 구조를 미처 형성하지 못한 기업은 네트워킹 중심의 새로운 시대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휴대폰 강자였던 모토로라는 검색 기업 구글에 인수됐다. 세계 1위 PC기업 HP는 PC 사업에서 손을 놓았다. 과거 IT시장을 호령했던 기업이 생태계 경쟁력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장에서도 선두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세상이 됐다.
한국 기업도 새로운 생태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스마트TV와 3DTV다. 자사 기술 방식을 더 많은 기업과 제품이 채택하도록 기업 간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협력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액티브 셔터 방식 3DTV 단점으로 지적돼온 안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종 기술방식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지난달 소니·파나소닉·액스팬드와 ‘풀HD 3D 안경 이니셔티브’를 결성하고 안경 한 개로 다양한 제조사의 3DTV를 사용할 수 있도록 나섰다. 이를 통해 액티브 셔터 3D 안경의 다양한 기술 방식을 표준화하고 안경 단가를 낮춘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은 필립스·샤프·도시바·TCL이 새롭게 이니셔티브에 동참하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안경 한 개로 더 많은 액티브 셔터 방식 3DTV를 즐길 수 있게 되면 FPR 3DTV 기술 진영과의 시장 경쟁에서 한층 힘을 받을 수 있다.
LG전자는 스마트TV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필립스·샤프와 공동 제작하는 데 나섰다. 부족한 SW 개발력을 보완하고 스마트TV 플랫폼 경쟁력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 개발을 통해 3사는 웹 개발 환경을 서로 통합하면서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TV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시간과 비용도 단축할 수 있다.
◇N스크린 시대, ‘연동’이 핵심이다= 클라우드 환경이 확대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하나의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즐길 수 있는 N스크린 서비스 시대가 빠르게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 기업도 단순히 스마트폰·PC·TV 단품 하나로 승부를 내기 힘든 구조가 되고 있다. 다양한 기기와 연동되지 않으면 제품 생명력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애플은 iOS를 중심 운용체계로 삼고 아이팟·맥PC·아이폰·아이패드에 이어 TV까지 연동하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여러 하드웨어를 보유한 애플과 달리 구글은 다양한 제조사와 협력해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모토로라를 인수해 대표 구글폰으로 키운다는 야심도 있지만 다양한 IT기기 제조사와 생태계를 조성해 상호 윈윈하는 협력 전략은 변함이 없다. 자동차, 우주 탐사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는 것도 이색적인 생태계 조성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용자 제품 구매 기준도 바뀌고 있다. 예쁘고 성능 좋은 제품이 최고의 구매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기존 사용하는 다른 기기와 호환되는지에서 향후 얼마나 많은 기기와 연동될 수 있는지 까지 고려 대상이다. 이는 애플 아이폰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익숙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쉬운 콘텐츠 연동에 매력을 느껴 아이패드, 맥 컴퓨터, 아이팟 등 애플의 다른 기기 구매를 고려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가 애플 아이패드를 구매하려면 향후 콘텐츠 비용을 두 배씩 지불해야 한다.
더 많은 기기가 네트워킹 될수록 얼마나 많은 다른 기기와 쉽게 연동되는지 여부는 더욱 중요해진다. 이미 TV를 비롯해 냉장고·세탁기 등 소비가전에 네트워크가 탑재되기 시작했다. 이제 기업의 생존 기준은 단순 제품 개발·생산을 넘어 새로운 네트워크 세상에서 얼마나 넓은 영역을 차지할 것인지로 바뀌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