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개방과 공유로 세계 최고로 부상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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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뿐 아니라 각종 사회, 문화 분야에서도 개방과 공유 등 오픈을 통한 성공사례는 존재한다.

 가장 모범적인 사례 중 하나로 알려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례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개방과 공유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축구는 오늘 날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와 여가활동으로 발전했다.

 유럽의 4대 리그와 여기에 소속된 명문구단은 자국 내에서는 물론 세계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경기당 관중 수가 7만5000명에 달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기업가치가 2조원을 상회한다. 잉글랜드 리그는 1980년대 한때 위기를 맞았으나, 1992년 프리미어리그를 출범시키면서 면모를 일신해 2007년 현재 202개국 6억 가구가 시청하는 세계 최고의 리그로 발전했다.

 이런 EPL의 성공은 1~2개 구단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전 구단이 주축이 되어 탁월한 축구 생태계를 조성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EPL 생태계는 리그를 중심으로 세계에서 유입되는 선수와 감독, 스폰서 및 방송사, 관중, 외국자본, FIFA, UEFA 등으로 구성된다.

 이 생태계에서 가장 큰 변화는 개방성에 기반한 다양성, 상호작용, 선별 메커니즘의 원칙이다.

 EPL은 선수나 감독, 나아가 구단 소유주의 국적에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세계 최고의 인재들과 해외 자본이 제한없이 유입되도록 했다. 여기에 공동발전을 위해 리그 내에서 선수나 감독의 영입과 임대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전력의 완성도를 제고하고 구단별로 전략과 스타일을 손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상호작용과 매년 하위 3개 구단을 하위리그와 교체하는 승강제, 성적에 따른 수익 배분 등의 선별 메커니즘도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먼저 개방성에 기반한 다양성은 세계에서 다양한 선수·감독·자본 유입이 원활하게 했다.

 경기 수준을 제고하고 재정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우수한 선수와 감독을 제한 없이 영입했다.

 다른 유럽리그와 달리 외국선수 보유에 대한 제한이 없어 세계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집결했다. 스페인은 팀당 4명, 이탈리아는 비유럽 선수 1명, 독일은 자국 선수 12명을 보유하는 규정이 존재한다. EPL 출범 당시 11명의 외국인 선수가 리그에 존재했지만, 지난 2007년에는 260여명으로 늘었다.

 다양한 국적의 감독을 통해 세계의 다양한 축구 스타일 및 전략과 전술도 받아들였다.

 맨유, 첼시, 아스날, 리버풀 등 4대 인기구단의 감독이 모두 타국 출신이다.

 구단은 스타선수 영입으로 TV 중계권료 및 스폰서 확보, 유니폼 판매 등의 수입을 올린다. 박지성 선수 영입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외국인 소유가 금지된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달리 EPL은 20개 구단 중 9개 구단이 외국인 소유다.

 출범 초기 독점체제로 운영하던 TV 중계권도 2006년부터 경쟁체제로 전환, 막대한 중계권 수익을 올리고 있다. 92년 출범 당시 5년간 3억500만파운드였던 중계권료는 경쟁체계 도입으로 2010~2013년 3년간 17억8200만파운드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상승했다.

 EPL의 각 구단은 ‘Creating Chances’라는 공동 브랜드를 내세워 각종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지역사회 및 세계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집트, 인도, 우간다 코치에게 축구기술과 영어를 가르치는 ‘프리미어 스킬스’ 활동이나 세계 불우아동에게 스포츠를 가르치는 매직 버스 재단 등이 대표적이다.

 구단 간 경쟁과 협력 관계를 통한 공동발전을 추구하는 상호작용도 EPL의 변화 중 하나다.

 EPL 내에서 원활한 이적은 물론이고 손쉬운 선수임대제도로 각 구단의 후보였던 선수가 타 구단에 임대돼 즉시 전력으로 활용되고, 구단은 적은 비용으로 선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 치열한 경쟁 덕분에 다양한 축구 전술의 변화를 통해 경기력도 세계 최고의 리그로 등극했다.

 성적과 인기에 따라 성과 차이가 극대화되는 경쟁체제인 선별 메커니즘도 개방과 다양성 효과를 극대화한 요인이다.

 매년 EPL의 하위 3개 구단은 하위리그인 챔피언십리그로 강등되고, 챔피언십리그 상위 3개 구단은 EPL로 승격되는 승강제를 운영해 높은 경기 수준을 유지한다.

 TV 중계권료도 EPL 연맹이 통합관리해 성적순으로 구단에 배분하고 스폰서 광고료는 각 구단이 계약하는 방식을 통해 경쟁을 촉진한다.

 한일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 생태계의 원칙인 개방성, 다양성, 상호작용, 선별 매커니즘은 산업의 경계를 넘어 확산되는 추세”라며 “기업의 자체 경쟁력만으로 생존과 번영을 보장받는 시대는 지나고 기업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EPL은 1∼2개 구단이 아닌 생태계 전체의 노력으로 성공했다.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경쟁체제 도입으로 TV 중계권료와 관중 수입료를 높여 구단의 재정 상태를 강화한다. 다시 다양한 선수와 감독 영입으로 경기력을 향상하는 선순환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개방과 공유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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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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