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년 역사를 가진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국내 일등 은행을 넘어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등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대형 은행과 치열한 경쟁은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은행은 이의 해법으로 ‘고객 행복’을 꼽았다. 고객에게 가장 편리한 은행이 곧 우리은행의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고객이 은행을 편리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은행IT 역할입니다.”
우리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이동건 채널지원단 상무 말이다. 올해 우리은행 IT전략은 고객이 있는 현장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IT예산도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올해 우리은행 IT예산은 3000억원에 이른다.
우리은행은 올해 고객상담 서비스 제고를 위한 채널 다양화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바일 디바이스를 활용한 상담채널을 다양화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6월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오피스 1단계 시스템 구축이 시작되면서 본격화됐다. 1단계에서 메일, 게시, 직원조회. 일정관리 등 그룹웨어 중심으로 구현된 모바일 오피스가 2단계에서는 환율·금리조회, 경조사, 여신승인, 직인날인부 등 업무 결재 중심으로 확대됐다. 2단계는 지난해 12월 가동됐다. 올해부터는 상품정보, 상품이율 및 수수로 조회, 여수신 고객 상담지원, 기업정보 조회, 여신 및 퇴직연금 업무 매뉴얼 등으로 확대 적용된다. 3단계 사업은 오는 12월 19일 가동 예정이다.
스마트패드(태블릿PC)도 활용된다. 우리은행은 지점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스마트패드(태블릿PC)를 지급해 외부에서도 고객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7월 상품 및 여신 정보, 퇴직연금 매뉴얼에 적용 완료했다. 각종 마케팅 및 고객 상담 자료는 올해 말 적용된다.
이 상무는 “새로운 모바일 디바이스를 활용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객 서비스 제고를 위해 영업점 내 현금자동입출기(ATM)도 대폭 교체했다. 상반기 교체 물량만도 1793대다. 영업점 업무 효율화를 위해 통장프린터 1382대, 신분증스캐너 1720대, 레이저프린터 1115대, 카드발급기 822대도 새로 도입했다. 데스크톱 및 노트북PC도 4214대를 신규 도입했다.
확대되는 글로벌 비즈니스 지원도 IT 몫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러시아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점을 아시아 은행으로는 최초로 개설했다. 9월과 10월에는 중국 장지아강지행과 청두분행을 개설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브라질 현지법인과 인도 첸나이지점, 호주 시드니지점도 신설한다. 앞서 진출한 15개국 54개 점포의 네트워크도 확대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상무는 “현지 감독규정을 준수하면서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해외법인 및 지점 데이터를 본점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해외법인 및 지점 시스템에 적용하는 공통 핵심솔루션을 개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핵심 솔루션을 개발한 뒤 오는 2013년까지 적용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은행 IT에는 또 하나의 큰 고민이 있다. 지난 2004년 가동한 차세대시스템의 향후 방향이다. 같은 시기에 가동한 기업은행은 최근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 상무는 “차세대시스템이 가동된 지 오래되기는 했지만 현재 특별히 문제는 없다”면서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신기술 발전 추이를 보면서 서서히 준비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상무는 “더욱이 IT가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2기 차세대 프로젝트 역시 대규모 IT예산이 집행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단 효율적인 IT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규모 카드 차세대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것도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초 카드 계정계시스템과 정보계시스템 재구축 프로젝트에 착수해 오는 11월 14일 완료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카드 차세대가 완료되면 카드 고객정보를 통합 관리해 고객에 대한 데이터 단일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객 주소 통합관리, 제신고 프로세스 개선 등으로 업무 편리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IT자원 운영 효율화도 꾸준히 진행된다. 지난 2007년부터 추진한 가상화 기반 서버통합에 이어 올해는 데스크톱 가상화가 확대 적용된다. 이미 세 차례에 걸친 서버통합으로 총 502대 서버를 55대로 줄였다. 데스크톱 가상화는 지난해 말 회의실 PC 154대에 적용된 데 이어 연수원에 확대 적용된다.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토털 IT아웃소싱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IT 계열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가 수행한다. 은행 내 IT 인력은 30여명만이 IT지원부에 소속돼 있다. 이 상무는 IT지원부 인력의 역량 강화가 최근 큰 고민이다. 시스템운영이나 개발 인력은 별도 IT 계열사에 존재하기 때문에 역량을 어디에 집중할지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토털 IT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IT지원부 인력은 부서장까지 모두 IT 전문화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IT 역량 강화를 위해 내·외부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은행 IT지원부 인력을 우리에프아이에스로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비즈니스 지식은 현업과 꾸준한 커뮤니케이션 및 다른 부서와 교차근무 등을 통해 쌓고 있다.
금융권 전체 최대 이슈인 정보보호 강화도 당면 과제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준비 중인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에 따른 대응은 해답 찾기가 쉽지 않다.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제도 도입과 내부 망분리 정책은 금융위 개정안이 확정되면 이에 맞게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약력>
이동건 우리은행 채널지원단장(상무)은 1958년 경북 경주 출생으로 영남대 경영학과,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83년 옛 한일은행으로 입행해 포스코기업영업지점장, 외환사업단 부장, 강남중앙기업영업본부장을 거쳐 지난 4월 채널지원단장에 선임됐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