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던진 승부수가 결국 한국은행법 국회통과를 이끌어냈다.
국회는 31일 한국은행의 금융회사 검사와 조사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한국은행법(한은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지난 2009년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지 1년 9개월 만이다. 김중수 총재는 임시국회 종료를 하루 남긴 30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회기 내 한은법 처리를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본지 8월 31일자 23면 참조>
개정 한은법은 △금융안정 책무 명시 △한국은행의 금융회사 조사권 강화 △긴급유동성 지원제도 개선 △금융채 지급준비금 부과 등을 담았다.
우선 한은법 목적에 물가 안정 이외에 ‘금융 안정’을 포함, 한은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한은이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금융기관 대상도 저축은행을 포함한 제2금융권으로 확대했다.
당초 원안에 있던 금융회사 단독조사권은 삭제됐지만, 한은이 금융기관 공동조사를 요구하면 금융감독원이 1개월 내에 응할 것을 대통령령에 명시토록 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한은의 공동검사 요구에 불응하거나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 수 없게 됐다.
한은이 긴급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는 조건도 완화했다. 금융위기 등 비상사태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시중은행에 긴급여신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은 지금껏 ‘통화와 은행업의 안정이 직접 위협받는 중대 긴급사태’에만 가능했지만, 개정으로 ‘자금조달 및 운용의 불균형 등으로 유동성 악화’로 완화됐다. 이밖에 매년 2회 이상 한은이 거시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았다.
한은 관계자는 “새로 부과된 역할과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태스크포스를 조속히 구성해 조직개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법 개정을 계기로 중앙은행 책무를 더욱 성실히 수행하고 국가 경제 발전과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