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내년에 신규 LCD 팹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2007년 이후 5년만이다. 내년에도 대형 LCD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아래, 무리한 투자보다 보수적인 경영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내년에 신규 LCD 라인 확장 투자는 생각하고 있지 않아 총 투자 규모는 많아야 3조원에 그칠 것”이라며 “LCD는 특별히 투자할 것이 없고, 투자에 대한 수요도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대규모 양산 투자를 통해 규모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점유율을 확대하는 LCD 업계 성장 법칙이 당분간 유효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08년 이후 총 10조원이 넘는 8세대 투자를 통해 양산 경쟁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최근 시황을 놓고 볼 때 급격한 시황 회복은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내년으로 이월된 1조원과 경상투자 금액을 합해도 (시설 투자는) 총 3조원 안팎에 그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LCD 시장 수급이 균형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LG디스플레이 시설투자 규모는 지난 2007년 1조6000억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파주 P9 신규 공장 투자액 중 약 1조원을 내년으로 이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총 시설 투자액은 5조원 중반에서 4조원 초반대로 조정됐다. 또 8세대 가동률을 낮춰 대형 LCD 패널 공급을 줄이고 있다.
권 사장은 하반기 시황과 관련해 “TV시장 침체로 올 하반기에도 매우 힘들 것으로 본다”며 “경기 불안으로 주요 TV업체들이 저가 TV를 많이 기획하는 움직임이 있어 수요는 점차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상증자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현금이 2조원 이상 확보되어 있어 자금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조만간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