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조명 업체인 필립스는 올 연말에나 보급형 LED조명을 한국에 출시할 방침이었다. 제반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였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일정을 앞당겨 지난 7월 제품을 출시했다. 시장이 워낙 빠르게 변한 것이 이유였고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필립스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가장 심하다. 그래서 가격도 다른 어떤 지역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LED조명 기업들의 격전지가 됐다.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가늠할 있는 ‘테스트 베드’로서의 중요성이 부각돼서다.
전통 조명은 이제 수명을 얼마 남기지 않고 있다. LED라는 새로운 광원이 이제 그 자리를 대신할 채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신기술의 등장은 낯설고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제조사들은 소비자의 반응이 초미의 관심이다.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 변화가 빠른 한국은 바로 이점에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외국계 조명 업체 관계자는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다른 곳에서도 실패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본사에서도 요구하는 것들이 많다”고 전했다.
경쟁의 강도는 LED조명 가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독일의 세계적인 LED 장비 업체인 액시트론이 미국, 일본, 유럽(EU), 한국, 대만에서 시판 중인 LED조명 가격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가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60와트 백열등을 대체할 수 있는 LED램프의 각국별 판매 가격을 조사했더니 국내 시판 중인 LED조명은 17달러로 미국의 절반에 불과했다. 유럽에 비해선 3분의 1 수준, 원전 사고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일본과 비교해서도 3달러가량 저렴했다. 우리보다 앞서 LED 산업화를 시작한 대만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가 7달러 낮았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5월 들어 시작된 국내 대기업들의 가격 파괴가 시발점이었다. 삼성LED와 LG전자는 LED조명 업계 최초로 1만원 중후반대에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그러자 오스람, 필립스 등 외국 조명 업체들도 경쟁에 가세하기 시작했고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액시트론은 최근 가진 상반기 실적 설명회에서 투자자들에게 이번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한국 LED조명이 대중화 단계인 15~20달러에 진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LED조명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시장을 분석해 사업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