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기업은 최근 수년 동안 벤처캐피털 투자대상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1위 투자처였다. 산술적으로 우리나라 투자규모는 미국의 1% 수준이다. 업계는 정부와 대기업의 제조업 중심 마인드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24일 전자신문이 우리나라 벤처캐피탈협회와 미국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전미벤처캐피털협회(NVCA)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SW벤처 투자는 지난 2002년 이후 곤두박질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후 두드러진다. 통계가 파악되는 2002년은 전체 대비 SW 투자규모는 16.0%(1008억원)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2006년 13%를 마지막으로 2007년 이후 10%를 넘어선 해가 없다. 투자규모도 500억원 안팎이다.
미국은 꾸준한 투자가 유지된다. 미국에서는 2009년을 제외하고는 집계를 시작한 1995년 이후 SW가 매년 투자비중 1위였다. 2009년은 금융위기 발발 직후 벤처캐피털 투자가 급감했다. 벤처버블기인 2001년 미국 벤처캐피털 SW 투자비중은 26.9%(102억달러)에 달했으며 지난해는 19.4%(45억달러), 올해 들어 상반기도 19.1%(26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바이오·에너지 등이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며 투자가 급증했음에도 SW투자는 핵심 포트폴리오로 분류된다. PwC·NVCA는 소프트웨어·바이오기술·반도체·금융 등 총 19개 업종으로 분류한다.
올해 들어 양국 SW 투자규모는 비교가 힘들 정도다. 우리나라는 7월까지 475억원을 투자한 반면에 미국은 상반기 6개월간 무려 26억4075만달러(약 2조8000억원)나 SW업체에 쏟아부었다. 앞으로 미국 SW가 더 무서운 이유다.
미국은 오랜 벤처투자 역사를 자랑한다. 자연스럽게 우리도 미국 투자 트렌드에 동조한다. 유독 SW는 달랐다. 업계는 철저한 제조업 마인드를 이유로 꼽는다. 정부·대기업이 관심을 갖지 않자 ‘중소기업들이 가능하겠느냐’는 불신이다. SW산업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중소기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매출이 제대로 안 나오자 투자를 끊고, 자연스럽게 도태와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IT 전문 벤처캐피털업체 한 관계자는 “우리 산업 성장은 정부 정책과 함께 움직인다. 정부는 게임에는 관심을 나타냈지만 SW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종연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산업 생존구조가 SW에 달려 있다”면서 “대기업이 투자해 밸류체인(가치사슬)이 되면 당연히 벤처캐피털 투자도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한미 SW 벤처투자 규모> (단위:억원, 백만달러, %)
*자료:한국벤처캐피탈협회, PwC·NVCA(2011년 한국은 7월 말, 미국은 6월 말 현재, ( ) 안은 전체 대비 규모)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