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신용등급 강등]시장은 차분했지만 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24일 아침 예상치 못한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일본 열도는 잠시 동요했지만 곧 특유의 차분함을 되찾았다. 여론을 의식한 일본 정부는 애써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 정부의 1000억달러 규모 엔고대응긴급기금 창설 발표로 금융시장 역시 증시가 소폭 하락하는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일본 정부 반응=내각 대변인인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조정에 대해 “국가의 재정상태가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재정건전화는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무디스가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로 정치의 기능 부재를 지적한 사실을 두고 “일개 민간기업의 신용등급 부여에 일일이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직접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재정강화 방안은 별도로 내놓지 않고 엔고 대책만 제시했다. 노다 재무상은 24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에서 엔고 대책으로 1년간 한시적으로 1000억달러의 기금을 만들어 △기업의 인수합병(M&A) △자원 및 에너지 확보와 개발 △중소기업 수출 지원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 정부의 부정적 반응은 한마디로 ‘기분 나쁘다’는 표현이다. 일본 부채비율은 200%에 달하지만 국내에서 신규 국채의 95%정도를 소화할 정도로 탄탄하다는 주장이다.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는 차원이 다르고 채무상환 불능에 빠질 가능성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잠재적 위기는 존재=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이미 예고된 일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니혼게이자이 인터넷판이 전했다.

 오시마 가즈타카 라쿠텐투신투자고문 사장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이전부터 나왔던 얘기여서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며 “일본 법인이 국채의 95%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안정성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오카모토 요시히사 미즈호투신투자고문 이사도 “일본 주식시장의 동향은 외부환경, 특히 미국의 경기 변동에 달려 있다”며 이번 주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강연 내용에 관심을 쏟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자세가 위기론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일본 기업들이 앞으로 계속 국채를 흡수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환상이라는 지적이다. 일본 국채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으면 금리 상승과 정부의 채무 부담 가중에 이어 주가 하락과 엔화 가치 급락까지 나타나 심각한 경제 혼란을 불러온다는 우려다.

 ◇엔고대응 긴급기금 창설=하지만 일본 정부가 내 놓은 엔고대응 긴급기금 투입 계획은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1000억달러 규모 기금은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 지원에 500억달러가 투입되고 나머지는 해외자원개발에 투자된다. 이번 정책은 정부 자금을 종잣돈으로 민간의 해외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외환시장에서 대규모 엔 매도와 외화수요를 발생시켜 엔고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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