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ㆍ지분매각 등 소문에 천당과 지옥 왕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가조작 세력이 흘린 것으로 의심되는 유언비어가 난무한 탓에 시장이 더욱 혼란에 빠지고 있다.
기업의 인수나 지분 매각과 관련한 미확인 소문이 나돌고서 주가가 가격 제한선까지 치솟았다가 다음날 하한가로 곤두박질 치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종합주가지수가 급락한 이달 2일부터 지난 22일까지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와 코스닥시장본부가 기업에 풍문 또는 보도와 관련한 조회공시를 요구한 건수는 24건에 달한다.
해당 업체가 `부인`으로 답변한 건수가 8건, `미확정`으로 답한 건수는 11건에 이른다. 나머지 5건은 아직 답변이 없다. 대부분 실체 없는 소문이 퍼졌는데도 주가가 크게 움직였음을 의미한다.
증권가와 투자자 사이에서 특정 기업의 지분 매각이나 인수 합병에 대한 소문이 돌면 주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요즘처럼 투자자들의 심리가 매우 예민해진 시기에는 풍문의 위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일례로 한국거래소는 지난 19일 장 마감 후 쌍용양회에 쌍용정보통신 지분 매각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날 시장에 해당 소문이 퍼지면서 이미 쌍용정보통신의 주가가 상한가를 치고 쌍용양회는 5.92% 오른 뒤였다.
22일 오전 쌍용양회공업은 지분매각설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쌍용양회의 주가는 곧바로 10.00% 하락했고 쌍용정보통신은 8.43% 내렸다.
불씨와 접촉했을 때 불길이 확 치솟았다가 금방 사그라지는 휘발유를 연상시킨다. 다른 주식에도 비슷한 현상이 잇따라 나타났다.
지난 19일 개장 전 한국거래소가 삼성SDI에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삼성전자에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흡수합병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두 회사는 오후 2시를 넘겨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날 삼성SDI의 주가는 12.03% 하락했고, 삼성전자는 4.09% 떨어졌다.
삼양식품은 지난 18일 개장 전 리스나제주우유의 인수를 추진한다는 보도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받았다. 이날 주가는 5.00% 올랐고, 삼양식품은 장이 끝나고서 `부인` 답변을 냈다.
삼양식품 당사가 아닌 계열사가 인수 추진을 검토한다는 것이 와전돼 보도됐다. 삼양식품의 주가는 다음날인 19일 6.28% 하락하며 전날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에서 소문이 돌거나 미확인 보도가 나오면 해당 업체에 조회공시를 요구한다. 주가조작 세력 등이 흘리는 소문만 믿고 투자했다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