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가 올해 500만 가입자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수익성에서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 융합의 핵심 플랫폼이지만 수익 모델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1분기 마케팅 비용을 줄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통틀어 3288억원을 마케팅에 썼다. 올해 1·2분기를 합쳐 1473억원을 마케팅에 들였다. 지난해 절반에 못 미친다. 이 기간 SKB의 IPTV는 광고를 거의 볼 수 없었다. 7월 말 기준 실시간 IPTV 가입자 순위에서도 76만2000가구로 78만호를 유치한 LG유플러스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SKB 관계자는 “가입자당 평균매출액(ARPU)를 높이기 위해 가입자 유치보다는 충성 고객 확보에 신경을 썼다”며 “2분기부터 마케팅 비용을 좀 더 늘려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ARPU는 지난해 말 1만2000원대에서 현재 1만4000원 가까이 높아졌다.
KT도 5일 콘퍼런스콜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가입자 유치는 마케팅에 좌우될 수밖에 없지만 실적 개선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뜻이다.
IPTV사업자들이 가입자 유치에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마케팅 비용 억제에 나서는 건 이른바 ‘돈이 되는 가입자’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인터넷, 주문형비디오(VoD) 결합 상품으로 가격을 낮추면 수익은 오히려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통신망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통신사업자들로서는 ‘박리다매(薄利多賣)’형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직까지 손익분기점(BEP)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입자만 늘리다간 적자를 벗어날 수 없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회사별로 원가 구조가 다르고 제반 비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KT는 가입자 300만명일 때 ARPU는 2만원 정도면 BEP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T 관계자에 따르면 1만5000원 이하의 ARPU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G유플러스에서는 ARPU 공개 자체를 꺼렸다.
업계에서는 IPTV의 낮은 수익은 통신사들이 자초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인터넷프로토콜(IP)망에 기반한 양방향 서비스 발굴 노력이 미흡했다는 것. 지상파 콘텐츠에 목을 매고 VoD 서비스를 하는 등 기존 아날로그 방송과 다를 바 없는 행보를 걸어왔다는 것. 초창기 드라마 제작사나 영화사 등 전통 콘텐츠 위주로 투자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원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IPTV는 스마트폰에서 쓰는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수도 있고, T커머스 역시 충분히 활성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며 “보수적으로 가격을 통해 접근하는 모델로는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상파가 추진하는 다채널 방송 ‘K-뷰’, 스마트TV의 양방향 서비스 등 콘텐츠 제작사와 단말기 제조사 사이에 끼어 이도저도 아닌 사업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IPTV망 안정성도 풀어야 할 문제다.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야 망 업그레이드가 가능하지만 망 투자가 부실해 서비스받을 수 없는 지역도 있다. 중간중간 화면이 끊기는 현상도 나타난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