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125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모토로라 모빌리티(모바일 기기 사업부)를 인수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를 실패할 경우 25억 달러를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계약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반대로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인수를 거부할 경우 구글에 3억75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조항도 있다.
비즈니스위크 등 해외 언론들은 15일 이같은 사실을 전한 뒤, "일반적인 위약금 규모의 6배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구글이 규제 당국의 저지로 인수에 실패할 경우 엄청난 돈을 밷어내야 하는 셈이다. 다만, 모토로라가 인수를 거부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구글에 위약금을 지불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같은 내용이 적시된 이유는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당국의 승인을 얻으려면 모토로라 특허 활용과 관한 조건을 수용해야 하고 승인이 떨어지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뿐 아니라 유럽의 반독점 기구도 이번 인수 건을 심사할 전망이어서 인수건은 훨씬 더 복잡한 상황이다.
업계에서 따르면 미 법무부는 모토로라 특허로 스마트폰 경쟁 구도를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번 인수합병 승인의 전제로 내세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모토로라 특허의 타 업체 라이선스를 허용하는 조건을 내걸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반독점 관련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내 관련 부서들 모두가 구글의 이번 모토로라 인수 발표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에 대한 광범위한 반독점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의 경우 지금까지 유사한 업종 기업끼리의 합병(수직적 합병)을 인정해왔다. 인수에 따른 독점 피해보다 효율성이나 소비자 편익 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게다가 미국 당국의 조사도 그리 쉽게 진행될 가능성은 없다. 빨라야 내년 초는 돼야 하지만,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이 애드몹과 더블클릭을 인수할 때에도 9~11개월이 걸릴 정도였다.
이같은 사실을 의식한 듯, 인수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페이지 최고경영자(CEO)는 "안드로이드의 중립적인 위상을 위협하는 어떤 인수합병도 하지 않을 것이며 안드로이드의 중립성을 앞으로도 계속 지켜가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파트너들이 만드는 구글 넥서스폰도 모토로라와 파이어월(방화벽)을 쳐서 업데이트를 타사보다 모토로라에게 먼저 주는 식의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드러몬드 구글 최고법무책임자(CLO) 역시 "이번 인수는 친 경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의 반독점 기구도 이번 인수 건을 심사할 전망이다. 특히 유럽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올해 초부터 구글의 반독점 이슈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유럽내에서 구글의 반독점 행위에 대해 위원회에 제소된 건만 9건에 이를 정도여서 모토로라 인수가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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