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는 돈이, 구글은 특허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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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무려 125억달러(한화 13조5천125억원 상당)라는 거액으로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모바일 기기 사업부)를 인수하는데 합의한 사건은 돈과 특허가 얽힌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 아닌가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모토로라를 등에 업은 구글이 애플의 폐쇄적 전략을 구사할 것인지 아니면 중립적 사업자로서 남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이 결과에 따라서 글로벌 휴대전화 업계의 시장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운영체제 플랫폼이 없는 국내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애플-구글-MS로 이어지는 플랫폼 기업과의 관계 유지에 상당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일단, 미국 현지에서는 1973년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자랑스러운 미국의 선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 비극적으로 끝났다는 안타까운 시각이 많다. 80년 역사의 모토로라는 세계 최초로 상업용 휴대전화를 개발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최근 모토로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스마트폰과 태블릿PC사업에서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와 HTC 등 경쟁자들에 밀려 어려움을 겪어왔다.

반면 구글은 일차적으로는 공식 블로그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특허전쟁에서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계를 보호하기 위해 모토로라의 풍부한 특허들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에 인수협상이 성사됐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안드로이드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최근 애플과 MS, 오라클 등 경쟁사들이 특허를 무기기로 협공을 가해오면서 고민이 깊어지던 터였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과 씨넷 등 외신들은 모토로라가 현재 1만7000건의 특허를 보유한데다 현재 출원돼 있는 특허도 7500건이나 되는 등 모두 2만4000건을 웃도는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의 이번 인수가 모토로라 특허에 초첨에 맞춰져 있다고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를 오픈 플랫폼으로 유지하겠다는 구글의 약속이 재평가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글로벌 주요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의 중립성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에게 배운 전략대로, 모바일기기 제조와 iOS 등 OS를 모바일 산업의 양대 핵심산업을 갖춘 경쟁사 애플처럼 체제를 완비한 뒤 애플 등과 경쟁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 등 안드로이드폰 제조에 올인한 주요 기업들의 전략이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윈도폰7, 바다OS 등 마이너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부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자신문미디어 테크트렌드팀 trend@etnews.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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