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덕훈 EBS 사장(62)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하자마자 인터넷 창부터 연다.
“EBS 대표와의 대화 게시판에 댓글을 달아서 고객들의 민원을 실시간으로 해결 해줍니다.”
고객과의 소통,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인본주의에 근거한 디지털화·스마트화’를 이루겠다는 곽 사장의 포부가 반영된 사례다. 곽 사장이 직접 단 댓글 밑에는 ‘스마트 고객센터’의 답변이 하나 더 달려 있다.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준다.
EBS가 달라졌다. 곽덕훈 사장이 대표를 맡은지 1년 4개월 남짓 흐르는 동안 생긴 변화다.
일단 부서 명칭이 바뀌었다. 스마트서비스센터, 콘텐츠기획센터 등 방송통신 융복합 시대에 걸맞는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지상파 교육 채널이라는 EBS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EBS의 콘텐츠의 80% 이상이 온라인에서 제공된다. 좀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위해 EDRB(Educational Digital Resource Bank)를 만들었다. 지금은 시범 서비스 중이다. EDRB 사이트를 방문하면 피타고라스의 정리, 청소년과 영양식사, 호주화석산지 리버슬리 등 5분 안팎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서 어려운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5분 단위의 짧은 영상을 만든 이유는 이동하면서 스마트폰·스마트패드 같은 모바일 기기로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스마트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것.
곽 사장의 콘텐츠에 대한 생각은 확고했다. “EBS는 수능방송일 뿐 아니라 공교육의 유용한 보조 수단이기도 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중·고생용 강의가 아닌 양질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도 EBS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통하는 콘텐츠 경쟁력을 갖기 위해 3차원(D) 입체영상으로 제작된 ‘신들의 땅 앙코르’ 3부작이 이미 전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로마 2부작’, ‘그레이트 바빌론’ 등 역사에 기반한 3D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네트워크 프로덕션 시스템(NPS), 디지털 아카이브 1차 사업을 시작했다. 테이프로 찍은 영상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서 웹상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 앞으로는 아카이브와 EDRB시스템을 연동해서 어떤 경로로 접속하든 이용자가 원하는 포맷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콘텐츠 연구개발(R&D)도 곽 사장이 새롭게 도입했다. 사장 직속으로 교육방송연구소를 설치해 11명의 연구원이 근무한다. 연구소는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지정기관으로 선정돼 박사후과정(Post Doctor)까지 신설했다. 올해부터는 EBS클립뱅크에 10억원, EDRB 6억원, 미래형 콘텐츠 R&D 사업에 8억원 등 총 34억원의 예산을 콘텐츠 개발에 투자한다. 매년 2배씩 콘텐츠 숫자를 늘려나가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출판 부문이 전체 매출액의 40%를 차지하는 재원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도 피력했다. “교육방송으로서 교재를 판 돈으로 운영을 한다는 건 아주 잘못된 재원 구조”라며 “교재는 출판사들이 판매하고 EBS는 출판보다는 방송제작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 사장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컴퓨터의 이해’ 과목을 강의해 인기 교수로 이름을 날렸다. 1996년부터 이뤄진 TV방송 채널 개국을 주도하면서 학내에서는 ‘괴짜’라는 별명도 얻었다. EBS에서도 아이디어를 내고 끊임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는 “남은 1년 4개월 동안 EBS 구성원들의 마인드를 ‘디지털화’하고 콘텐츠 기반의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나가는 것”을 EBS에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로 꼽았다. 내년 10월 임기가 완료되면 곽 사장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예정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