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강등 쇼크] 악몽속에도 아침은 온다

 코스피지수가 9일 장중 184.77포인트(9.88%) 하락하는 등 급락장세를 다시 연출했다. 하지만 주가의 지표가 되는 기업 실적에 대해선 급격한 하락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만큼 최근 경기 상황에 주가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평가다.

 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코스피의 급락은 공포스러운 수준이지만 분명히 과대 낙폭에 따른 글로벌 투자심리가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중국 정부의 긴축 완화와 미국 고용시장 회복 등도 고려해야 할 주요 변수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는 기업 실적 전망의 하향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중국 경기정책 변화와 미국 고용시장 회복 가속화로 인한 반전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치킨 게임’ 재현=선진국 경기 하향 전망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PC 수요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데다 미국 경기 우려가 커지면서 당분간 긍정적인 시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종 완제품수요의 빠른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일본과 대만 등 후발 경쟁업체는 물론 선두업체도 일부 라인은 실질적 감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당분간 반도체 업계는 조정과 박스권 등락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스플레이 역시 반도체와 사정은 다를 바 없다. TV수요가 부진하면서 LCD 패널 가격이 이달 들어서도 하락하면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남대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지연으로 TV 수요가 부진하면서 소니가 연초대비 25% 가량 생산량을 감축하는 등 세트업체가 생산량 감축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내년 초까지 디스플레이 생산도 줄어들고 이익률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2분기 실적에서도 드러나듯 국내 업체가 1~3% 적자를 기록한 반면 대만 AUO와 CMO의 적자폭이 상대적으로 더 커 국내 업체가 경쟁력이 돋보이는 점은 경기 회복 이후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남 연구원은 “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수요는 그래도 성장이 예상된다”며 “관련 장비 업체로는 에스에프에이, 아이씨디, AP시스템 등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선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 중심 부품 선전 전망=증시전문가들은 갤럭시S·아이폰 등 스마트폰 성장세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휴대폰 가운데 스마트폰 수요는 경기 침체 우려에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폰 수요가 늘고 있어 관련 업체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백색가전과 TV 분야는 다소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박 연구원은 “국내 업체가 강점을 가진 프리미엄 가전은 경기침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기대했던 계절적인 성수기 효과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피력했다. 이와 관련 가전의 경우 관련 부품 업체가 적어 영향이 덜하겠지만 TV 판매 부진으로 LED, 디지털 튜너 등 TV 부품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주’ 경기 방어주 역할 부상=통신서비스 업종에 대해선 당분간 장세가 급반전하지 않는 한 안정적인 방어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최남곤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 중인 SK텔레콤을 제외하곤 KT나 LU유플러스 등은 안정적인 주가가 예상된다”며 “통신주가 2008년 리먼 사태에서도 그렇듯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급등 장세가 연출되지 않는 한 통신주에 대한 선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과 IT서비스 등 내수주는 경기침체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재석 삼성증권 이사는 “인터넷과 IT서비스는 글로벌 경기에 덜 노출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나 주가가 외부 영향에 덜 민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실제 이어질 경우 광고 단가 하락, 수주 감소 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게임주에 대해선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은 “게임주는 적은 돈으로 즐길 수 있어 경기침체에 선전하는 경향이 있고 국내 게임업체의 해외 로열티 수익도 늘고 있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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