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2월, 게임 업계 살아 있는 전설인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개발본부장을 인터뷰할 기회를 잡았다. 인터뷰 중에 “애플이 닌텐도의 경쟁자라는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조금 도발적 질문을 던졌다.
미야모토 본부장은 “그렇게 봐준다면 영광”이란 일본인 특유의 겸손함을 먼저 보인 후 “하지만 애플에 슈퍼마리오는 없지 않느냐”라며 은유적 자신감을 나타냈다. 미야모토 본부장의 말은 “아무리 하드웨어가 훌륭해도 콘텐츠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란 뜻으로 들렸다.
당시 닌텐도는 연간 매출 1조4400억엔에 영업이익 5300억엔이라는 경이적 실적을 냈다. 직원 1인당 매출은 10억엔에 육박, 도요타의 5배를 넘었다. 시가총액은 부동의 1위 NTT도코모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커졌다.
2년 6개월이 지난 요즘, 닌텐도는 최악의 실적 부진에 빠졌다. 닌텐도의 2분기 실적은 매출 939억엔에 영업적자 377억엔이다. 매출은 1년 전보다 반토막 났다. 영업적자는 분기 결산 사상 처음 겪는 수모다.
닌텐도는 급기야 주력 상품인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3DS’ 가격을 40%나 깎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가격 인하로 게임기 판매를 늘린 후 게임 판매로 이익을 거두려는 의도다. 이 결정은 자충수로 보인다. 닌텐도의 게임기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 맞지만 가격 인하가 판매 부진을 해결할 가능성은 낮다.
게임기는 개당 4만∼5만원의 게임을 사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어차피 갖고 있는 스마트폰에 1000원 내외면 발품을 팔지 않아도 게임을 살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닌텐도 게임기의 체감 가격은 여전히 높다.
게임 플랫폼은 휴대용 게임기가 스마트폰에 밀리고, 유통은 인터넷이 오프라인 상점을 밀어낸 셈이다. 마니아의 전유물이던 게임을 더 많은 사람이, 더 부담 없이 즐기는 콘텐츠로 바꾼 혁신의 주인공 닌텐도지만 스마트폰 혁명까진 예상하지 못했다.
스마트폰 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상품과 비즈니스가 소비자 선택을 기다린다. 잠깐 한 눈을 팔거나 의사결정이 조금만 늦어도 혁신의 대열에서 멀어진다. 닌텐도의 사면초가는 이를 잘 증명하는 타산지석이다.
장동준 국제부 차장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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