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급속도로 증가한 지난해. 캠퍼스 내에서 폭증해버린 무선 데이터량에 학내 모바일 기기의 인터넷 접속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학생들의 볼멘소리가 높아지면서 아이폰이 일으킨 ‘스마트폰’ 열풍은 학내 골칫덩이로 떠올랐다.
이에 연세대는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모바일 캠퍼스를 위한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교체키로 한 것이다. 늘어난 스마트폰 보유 학생들을 위해 스마트 캠퍼스를 위한 모바일 앱 개발에도 가속도를 냈다.
◇학내 무선망 전면 교체=지난 2월 말부터 시작된 무선 인터넷망 교체 작업은 한달간 추진됐다. 3월 학술정보관부터 시작해 학내 50개 건물에 대한 무선 인터넷 망 교체를 완료했다. 약 1만명의 동시 접속자도 거뜬하게 버텨낼 수 있는 무선 인터넷망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초창기엔 고민도 적지 않았다. 기존 네스팟 서비스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초기 투자금액을 효율화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했다.
연세대가 선택한 것은 KT의 매니지드 서비스다. 고광병 연세대 정보통신부원장은 “빠른 시일내에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여러 문제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며 “이왕 고속의 AP 도입을 위해선 일시적 비용 투자가 어려우니 5년간 비용을 나눠 지불할 수 있는 KT 매니지드 서비스가 최적의 선택이였다”고 설명했다.
접속 불량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던 무선 AP와 스위치(Switch)도 교체했다. 기존 국산 장비로는 미접속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새 AP로는 아루바네트웍스의 AP-105를 650대 들여왔다. 무선 AP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아루바 6000 모빌리티 컨트롤러도 도입했다. 하나의 컨트롤러는 1000개의 AP까지 수용가능하다. 고 부원장은 “AP를 선택할 당시 시스코와 아루바의 제품을 두고 고민했지만 기술력이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저렴한 아루바네트웍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관리시스템(NMS)도 구축해 무선 AP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학교 한재식 과장은 “AP 성능이 강화되면서 안정적인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중앙관리를 통해 유지보수 효율성도 증가했다”며 “통신사와 관계없이 모든 단말기에 무선 인터넷이 가능해지고 LDAP 연동을 통해 개인별 고유 ID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학생·졸업생에게도 ID를 부여할 수 있게 되고 무선 ID 사용기간에 제한도 없어졌다. 기존에는 ID 부족에 따른 접속 제한을 해결하기 어려웠고 단독형 AP로 인해 중앙 제어와 통제도 불가했다.
P2P 제한 및 개별 대역폭을 제한해 효율적인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해진 점도 특효다. 한 과장은 “무선 인터넷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는 대용량 트래픽(영화 및 동영상) 자료의 다운로드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차단해 많은 사용자들이 원활하게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캠퍼스 구현=현재 캠퍼스에선 7000명을 상회하는 동시 무선랜 접속에도 원활한 네트워크 활용이 이뤄지고 있다.
연세대는 향후 학생 및 교직원들이 많이 사용하는 지역에 추가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해 캠퍼스 전역을 스마트 캠퍼스 환경으로 진화시킬 예정이다.
연세대가 스마트 캠퍼스 구현을 위해 처음 개발한 것은 학교 홍보용 영문 앱이다. 고 부원장은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연세대를 알리자는 것이 첫 목표였다”며 “앱이 나오고 나니 국내판에 대한 요구가 일어났고 앱 개발에 본격 착수하기 이르렀다”고 말했다.
일부 개발은 외주를 맡기지만 앱의 유지·보수 등은 자체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것이 고 부원장의 생각이다. 고 부원장은 “모바일 앱이 확대되면서 기존 IT 인력들이 데스크톱용 애플리케이션과 모바일용 앱에 대한 업무가 모두 가능한 인재로 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학생용 및 교수용 등 다양한 앱을 개발하고 도서관 이용부터 출석 체크까지 스마트 기기로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는 i-OS에서만 가능하지만, 올 하반기 내에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OS 기반에서 모두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도서관의 소장 자료도 검색하고 좌석 현황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도서 대출에 대한 정보 확인은 물론 등록금 제출 현황까지 확인 가능하다. 또 교수들은 교수용 앱을 통해 모바일 기기로 학생의 사진을 체크해가며 출석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앱은 ‘사이버 강의’다.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기기로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학생들 사이 인기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이어 교내 임직원 결재 등이 가능한 모바일 업무용 앱도 개발하고 있다.
고 부원장은 “추가로 앱을 개발해 스마트 캠퍼스 구현에 나설 것”이라며 데스크톱의 모든 기능이 손안의 PC로 옮겨오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니인터뷰] 고광병 연세대 정보통신부원장
교육현장에도 ‘클라우드’ 바람과 ‘모바일’ 혁명 도래
고광병 부원장이 말하는 10~20년 후의 교육 현장에는 종이가 없다. 고 부원장은 “향후 모바일 캠퍼스가 활성화되면 교탁도 없어지고, 단지 아이패드만 가지고 들어와 강의하는 교수도 생겨날 것”이라며 “다양한 미래 교실을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검토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일부 기술에 대한 성능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장기적 방향성은 뚜렷하다. 바로 각종 ‘모바일’ 기기와 ‘클라우드’ 기술이 결합돼 종이와 교탁이 없어진 캠퍼스에 대해서라면 말이다.
고 부원장은 “대학의 경우 클라우드 컴퓨팅을 어느 시기에 도입을 본격화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라면서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PC 인프라의 수명이 다 끝나갈즈음엔 클라우드 인프라 도입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각 PC 실습실에 구비된 1000대 가량의 데스크톱 PC를 교체할 때 즘이면 클라우드 PC 도입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아직 민간 기업들도 핵심 업무에 도입을 꺼리고 있는 등 기술적 해결 과제도 있어 단기적으로 내부 행정 업무 위주의 우선 도입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 부원장은 “가격적 요인 등을 포함해 아직은 기술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지만 10~20년이 지나면 모든 IT를 서비스화해서 제공받고 쓴 것만큼 지불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확신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