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LED 기업들의 위세가 한풀 꺾이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허 소송 제기만으로 상대사를 벌벌 떨게 만들던 때가 있었지만 최근엔 후발주자들에게 오히려 역공을 당하는 모양새다.
지난 2월 유럽에서 판결난 오스람과 킹브라이트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스람은 이 소송으로 보유 중이던 화이트 컨버전 특허를 잃었다. 선행 기술 존재가 무효 판정 이유로 알려졌다.
화이트 컨버전 특허는 기존 녹색으로만 생산하던 LED를 주광빛을 띨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LED 제조에 있어 핵심적인 내용으로 업계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힘을 잃게 되자 또 다른 공세 빌미가 됐고 삼성LED는 곧바로 오스람의 국내 특허에 대해서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여파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으로 번졌다. 니치아에 대한 소송을 준비 중인 정화균 한국 LED 지식재산권 국민소송단(가칭) 단장은 “니치아보다 선행된 오스람 특허가 무효가 됐기 때문에 니치아 특허도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니치아화학공업은 세계 1위 LED 제조사다. 이 회사는 특허권을 앞세워 경쟁사들을 전방위 압박하는 전략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2007년 서울반도체와 3년 넘게 소송을 벌여 크로스라이선스를 맺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유명세에 걸맞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4월 일본 도쿄지방법원에 일진그룹 계열사인 루미리치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에 따른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을 7월 27일 자진 취하한 것이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니치아로 인해 소송전에 휘말렸던 국내 기업 대다수는 항복하거나 소송비용 때문에 중간에 타협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LED 업체들은 일련의 사건들이 선발주자들의 공고한 특허벽이 허물어지는 징조가 아니냐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LED 업체 관계자는 “선발주자들의 특허소송 소식이 전해지면 과거엔 주가가 급락하곤 했는데 최근엔 맞서 싸우고 이기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며 “후발주자들의 기술력이 그 만큼 발전했기 때문이겠지만 격세지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