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난 빗물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이후 숨진 채 발견된 차선우 집배원(29)의 영결식이 지난 3일 오전 용인우체국에서 경인지방우정청장으로 치러졌다. 차 집배원은 기상 관측이 시작(1907년)된 지 104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달 27일 용인시 포곡읍 금어리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다 실종됐다. 장대비가 쏟아져 무릎까지 불어난 빗물이 흙탕물로 변하면서 길가 배수관의 위치가 가려진 것을 모르고 걸어가다 빠져 거센 물살에 휩쓸렸다. 그는 실종된 지 사흘 만인 30일 청담대교 남단에서 발견됐다.
영결식이 열린 용인우체국은 눈물바다였다. 조사를 낭독하던 동료 집배원 안병선씨는 감정이 복받쳐 울먹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를 듣고 있던 다른 동료들도 결국 참지 못하고 꺼이꺼이 울음을 터Em렸다. 안 집배원은 조사에서 “고 차선우 집배원은 우리를 위해 망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믿고 싶습니다. 아니 우리를 대신하여 죽은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선우야 사랑한다. 고맙다. 다음 생에서 우리 다시 만나서 같이 웃으면서 소주 한잔하자”며 조사를 맺었다.
차 집배원은 사고 당시 마지막까지 우편물을 동행했던 동료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집배원이 들고 있던 우편물은 모두 8통으로 등기우편물 6통과 국제특송 우편물(서류) 2통이었다. 거센 물살에 몸이 휩쓸리는 상황에서도 동료 집배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투철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지닌 그가 숨진 채 발견돼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는 평소에도 일처리가 꼼꼼해 선후배와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집배원은 대부분 우편물 배달을 천직으로 여기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통의 우편물을 소중하게 배달한다. 자연재해로 순직한 집배원은 지난 1980년 12월 12일 대설주의보 속에 폭설이 내리는 악천후를 뚫고 우편물을 배달하고 돌아오다 미끄러져 부상을 입고 실신해 동사한 오기수 집배원 이후 처음이다.
장지로 향하는 차 집배원의 마지막은 용인우체국의 동료 집배원 수십명이 오토바이로 배웅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