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술 발전을 위해 정부 위탁으로 대한전기협회가 운영하는 ‘전력신기술 지정제도’가 오히려 업계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3일 전기업계에 따르면 일부 전력신기술은 현장 적용이 어려운 기술임에도 문서상으로는 사용한 것처럼 꾸며 개발사가 수십·수백억원의 이익을 챙기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 도입된 전력신기술은 대한전기협회가 심사전담기관을 맡아왔다. 전력신기술 개발사는 개발에 따른 수익을 실현하고 적용기관은 원가절감·공사품질 향상을, 시공사는 공기단축·안전성 향상 등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전력신기술에 지정되면 기술개발자는 기술 사용자에게 사용료를 받는다. 발주처(한국전력)가 시행하는 시설물공사 설계에 반영, 공사계약서에 명시해 해당 전력신기술 사용을 권장한다. 기술개발업체는 기술료 외에 입찰 사전심사 시 가점을 부여받거나 발주처 재량에 따라 경쟁 없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전력신기술은 보호기간(3년)을 갖고 연장하면 기술은 최대 9년, 제품은 최대 6년까지 이 같은 권리를 갖는다. 7월 기준으로 전기협회가 지정한 전력신기술은 87건이다.
◇현장 평가심사가 없다=전력신기술은 건설·환경·교통·NEP·NET 등 유사 신기술제도와 달리 현장평가심사가 없어 이를 악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공사업체 한 대표는 “전력신기술로 지정된 총 87건 중 30%는 공사 안전성과 효율성에서 전보다 못해 사용이 불가하다”며 “유사 신기술과 달리 현장평가도 없고 심사위원 수도 눈에 꼽을 정도로 적어 로비도 가능할 정도”라며 심사평가 상 허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주로 발생하는 민원으로 ‘원형근가를 이용한 가공선로 지선공사 공법’과 ‘전선이선기구를 이용한 무정전 배전공법’을 꼽았다.
원형근가를 이용한 공법은 전신주를 심을 때 땅을 파는 과정에서 구형을 넓히기 위해 오거크레인에 확장날을 장착한다. 이때 크레인차량이 힘을 버티지 못해 기존 방법을 사용하고 발주처에는 신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선이선기구를 이용한 무정전 배전공법은 좁은 간격으로 전선이 2중으로 설치돼 감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고발생으로 발주처와 계약해지 등의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사고 사실을 숨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기계보다는 기술자를 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발주처엔 신기술을 사용한 것처럼 보고해 인건비(7만원)는 못 받고 기계사용료(4만원)를 신청하기 때문에 손해”라며 “무정전 배전공법 적용 후 현장에서 감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한전에 보고하면 단가 계약에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쉬쉬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했다.
◇누가 심사하는지 뻔히 알 수 있다=전력신기술은 전기단체·학계·연구기관·변리사 등의 전문가 100명(87건)의 심사단을 운영한다. 기술별(송전·변전·배전·내선·발전·기타 등)로 10명 정도가 고정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반면 전력신기술과 가장 유사한 ‘건설신기술’은 2500(약 600건)명의 심사단을 운영하고 심사위원도 무작위로 선출한다. 심사위원이 뻔하기 때문에 로비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심사위원은 수년째 같은 사람이 맡고 있고 인원수가 적어 누군지 다 알기 때문에 (개인적인) 접근도 쉽다”며 “사용하지도 않은 신기술인데 한번 잘 등록하면 신기술개발사는 최장 9년 동안 받는 기술료만도 수백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전기협회 관계자는 “심사의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원들을 랜덤하게 돌릴 수 없고, 전력분야의 전문가도 부족한 상황이어서 현장평가엔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며 “심사에 따른 문제에 대해 개선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어 연말까지 현장평가 도입 및 심사위원 수 강화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