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해법탐구]<5>전문가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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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 사용에 관한 `망 중립성 해법 탐구 좌담회`가 지난 20일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좌담회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한국형 망 중립성 원칙을 찾자.’

 전자신문은 하반기 국내 통신정책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망 중립성 정책 수립과 관련해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위한 기획기사를 지난 4회에 걸쳐 연재했다. 망 중립성 논란 배경과 산업적 의미부터 이해당사자인 통신사업자와 콘텐츠업계의 요구와 주장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의 일환으로 전자신문은 각계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한국형 망 중립성 원칙을 찾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망 중립성이 지닌 원칙과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각 사 입장이 엇갈리는 부분에서는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좌담회는 지난달 말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참석자(가나다순)

 △김희수 KT 경제경영연구소 상무 △모정훈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박준호 삼성전자 DMC연구소 전무 △정재훈 구글코리아 변호사 △하성호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상무) △한종호 NHN 정책실 이사 △사회: 강병준 전자신문 부장

 

 ◇사회(강병준 전자신문 부장)=기존 PC 중심 인터넷 환경이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스마트TV 등 이른바 스마트 단말기로 확산되면서 유무선 통신망 모두 데이터 트래픽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네트워크 제어·관리와 망 투자비용 분담을, 포털업계를 비롯한 콘텐츠제공자(CP)는 차별 없는 네트워크 접속을 주장하는 등 대립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스마트 시대에 걸맞은 한국형 망 중립성 원칙을 논의하기 위해 먼저 망 중립성 논의 배경과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자.

 ◇모정훈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경제학적으로 망 중립성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업자와 이용자가 망에 접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90년대 중반 미국에 인터넷전화가 도입, 확산되면서 망 중립성 논의도 본격화됐다. 인터넷전화사업자가 전통적인 통신사업자와 보완관계가 아닌 경쟁관계로 바뀌면서 통신사업자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망 중립성이 산업,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몇몇 나라에서 이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법제화 움직임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망 사업자 입장에서는 인터넷 활성화 속에서 비디오 스트리밍 등 트래픽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비용을 계속 마련해야 하는 투자자원 이슈가 발생했다. 동시에 망 사업자는 새로운 경쟁자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서비스도 내놓아야 했다. 한마디로 전에 없던 위기감이 생긴 것이다.

 반면에 CP는 통신사업자가 운영하는 망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없다는 우려를 안게 됐다. 갑자기 망 접속에 제한을 받고, 비즈니스 운영에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이처럼 각 진영 간 입장과 상황이 상충한 것이 세계적으로 망 중립성 논란이 대두하는 배경이 됐다.

 애플이 앱 스토어에서 적용하는 3 대 7 수익배분 원칙 사례를 보자. 1차적으로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하나의 기준이 만들어지면 해당 시장과 사업은 번성하게 마련이다.

 망 중립성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플레이어가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을 어떻게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현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구도에서는 어떠한 서비스와 단말기도 망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이러한 요소가 ICT 생태계를 결정짓기 때문에 그만큼 망 중립성이 중요하다.

 ◇사회=망 중립성과 관련해 각론으로 들어가면 사업 주체별로 인식이 엇갈리는 것이 현실이다. 망 사업자 측면에서 망 중립성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

 ◇김희수 KT 경제경영연구소 상무=과거에는 통신망과 콘텐츠, 앱, 단말기 관련 사업자가 상호 보완·상생·선순환 관계를 이뤘다. 콘텐츠가 증가하면 서비스 가입자와 이용자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수익을 회수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트래픽이 일부 이용자에게 집중되고 양적으로 폭발하면서 균형이 무너졌다. 트래픽 폭증에 따른 반대급부가 주어지지 않는 망 사업자는 매출·이윤·기업가치가 정체·감소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려워졌다.

 한마디로 지금은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당연히 망 사업자의 네트워크 관리가 필요하다. 이와 반대로 지나친 망 중립성 옹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네트워크 비용이 일인당 매출을 웃도는 역전현상이 나타나는 등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이다. 스마트 단말기 확산 계기로 모바일 인터넷과 트래픽 수요도 급증했다.

 불행히도 이 과정에서 요금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요금은 이용자가 일정 소비량을 넘어서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함으로써 추가 구매를 제한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현 요금구조는 이용자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 적절한 ‘시그널’을 제공하지 못한다. 일정 소비량을 넘어서면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총량 한도형 정액 소매요금제가 필요하다.

 CP 간 트래픽 유발 비용을 반영하기 위해 무정산 상호접속이 아닌 양방향 정산요소를 강화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이 뒷받침돼야 사업자가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데 쉽지 않다. 요금제로 극단적인 상황을 막아주면 근원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더라도 완화는 가능하다.

 ◇하성호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망 사업자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빈번하게 나타나는 트래픽 신호 빈도다. 카카오톡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지나치게 잦은 신호를 발생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절대적인 데이터 발생량은 많지 않지만 교환망에 자주 접속해 부하를 준다.

 ‘올웨이즈 온(Always On)’ 기능 때문에 업그레이드나 장애 이후 동시접속이 몰리면 신호처리서버와 교환기에 과부하가 발생한다.

 이런 부분까지 망 사업자가 부담하라고 하면 과도하다. 이는 결국 소비자와 플랫폼 업체에도 부담이 된다.

 SK텔레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카카오톡과 중간 버퍼링기능을 수행하는 AOM서버를 설치했다. 이런 것을 사회적 레퍼런스로 수용한다면 SNS는 마음 놓고 수요를 일으키고 망 사업자는 중간 컨트롤로 트래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모든 사업자가 공감하는 룰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룰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전체 이용자를 위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필요한 경우 망 사업자가 트래픽을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이 전체 이용자를 위해 바람직하다.

 데이터 트래픽양도 문제다. 한도 정액형 소매요금이 좋은 방법이지만 (기준이) 지나치면 이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수준이 적정한지를 고민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어렵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이를 도입하지 않으면 지나친 데이터 과소비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보지도 않으면서 밤새도록 인터넷TV를 켜놓는 것과 같은 문제가 나타난다.

 따라서 지나친 헤비유저를 적정한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는 다수 이용자의 자유로운 인터넷 생활을 위한 것이다. 과소비는 비효율적인 문제를 낳게 마련이다.

 이의 기준을 공유하고 합의하여 망 사업자가 네트워크 제어 권한을 갖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선 네트워크에서 용량 한계는 누구나 인지하는 문제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망 사업자는 트래픽 유발 공동책임과 트래픽 관리 권한 보유 등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CP와 스마트TV 진영의 의견은 어떠한가.

 ◇한종호 NHN 정책실 이사=망 중립성은 전파라는 희소한 자원을 보유한 소수 사업자가 불공정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적 원칙이다. 소수 망 사업자가 통신시장을 지배하는 지금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특히 통신사가 콘텐츠-서비스 영역으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망 중립성 원칙은 더 분명하게 세워져야 한다.

 여기서 질문을 다시 해보자. 망 사업자가 제기하는 문제의 초점은 결국 트래픽 폭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망 중립성 가치 자체에 대한 소모적인 찬반 논쟁을 반복할 게 아니라 트래픽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우선 트래픽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관리·투자·정책적 대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다.

 기술 측면에서는 늘어나는 트래픽을 분배·우회하는 네트워크 기술 개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는 통신사가 3개의 덫에 걸려 있다. 우선 통신요금에 사회적 합의가 없다. 야당과 언론은 물론이고 집권여당과 대통령까지 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미래 통신망 고도화를 위한 재원확보가 필요하다는 통신사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적정한 통신요금 수준에 대한 투명한 논의가 필요하다.

 통신사업자 간 경쟁 때문에 마케팅 비용 지출이 과다하다는 문제도 있다. 통신 3사의 지난해 매출은 유무선 합쳐 25조원 정도인데 마케팅비는 2005년 3조2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6조5000억원으로 곱절이 됐다. 통신사가 내놓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매출에 도움도 되지만 한편으로 통신사에 많은 트래픽 부담을 안겨줬다. 이런 문제부터 잘 풀어 가면 상당한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합리적 수준의 망 관리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어느 정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그 조건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망 중립성 정책으로 그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주파수 배정이나 공공재 투입과 같은 정책적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네트워크 트래픽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대안을 모색하는 데에 망 중립성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망 중립성 원칙 자체를 수정하거나 폐기하자는 쪽으로 논의를 몰아가면 (양측 사이에) 접점이 생길 수 없다.

 ◇박준호 삼성전자 DMC연구소 전무=제조사 입장에서 망 중립성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이 있다. 앞서 망 사업자가 여러 이슈와 고민을 제기했고, 이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풀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망 개방이 산업계에 서비스나 콘텐츠 활성화 기회를 주고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망 중립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망 사업자가 안고 있는 네트워크 투자, 트래픽 급증 대응에 대한 공동부담 이슈 등은 좀 더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데이터 부하를 줄이는 관리 측면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술 개발도 하고 있고 공조할 수도 있다.

 소비자와 산업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망 중립성에 기본적으로는 공감하지만 논의가 필요하다. 망 투자 어려움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논의하고 망 관리 문제 측면에서는 제조사로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모정훈=스마트TV도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거나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접속하면서 혼잡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망 사업자 쪽에서는 백화점 교통유발부담금 같은 것을 대안으로 생각하는데 제조사 입장이 궁금하다.

 ◇박준호=엄밀히 말하면 스마트TV는 인터넷서비스 한 종류고 TV의 여러 기능 중 하나다. 스마트TV는 망 사업자 서비스와 달리 품질(QoS)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주어진 환경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스트 에포트(Best Effort)’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TV가 아이패드 같은 스마트패드와 다를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TV만 지적하는 것은 부당하다. 애플에도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또 하나 덧붙일 것은 사용자가 소비자라는 점이다. 서비스 대가는 엔드 유저(최종사용자)가 지불하는 것이 관례다. 많이 조사해봤지만 베스트 에포트 유형 서비스 트래픽 유발 비용을 제조사가 부담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사회=망 중립성에 대해 논의하지만 본질은 늘어나는 트래픽을 어떻게 관리하고 그로 인한 비용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로 보인다. 망 중립성이 지닌 철학적 가치와 원칙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어디까지 관리할 것인지가 현안이다. 해외에서도 망 중립성 논의가 활발한데 해외 사례와 연계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을 얘기해보자.

 ◇정재훈 구글코리아 변호사=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 망 중립성 논의가 시작된 이후 현재도 계속 활발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오픈 인터넷’ 룰을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오픈 인터넷에 대한 신뢰가 크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최근 네덜란드에서 입법 작업이 진행됐다. 이동통신업체가 인터넷전화·메신저 서비스 이용자에게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것을 막는 것을 포함한 인터넷 자유법이 통과됐다.

 특이한 점은 이용자의 반발이다. 네덜란드 통신사업자가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면 추가 비용을 부담시키겠다고 밝히자 소비자는 개인 서비스 사용여부를 어떻게 알아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프라이버시 문제로 확산됐다.

 망 중립성 논의 자체는 나라별로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인터넷이 구현하는 개방성 등 가치 문제에 대해선 이의가 없다.

 최근의 망 중립성 논란은 망 중립성이 옳고 그른지의 문제가 아니라 망 중립성이라는 가치는 좋은 것인데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 우리나라에서도 모바일 트래픽 이슈가 확산됐고,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이동통신사는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를 내놓는다고 발표하고 있다.

 결국 상호 경쟁적인 서비스가 시작되는데 이를 어떻게 투명하게 관리할 것인지가 이슈다. 우리도 투명한 망 관리로 (특정서비스가 제한받을 수 있다는) 의심과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망 중립성과 관련된 정부의 역할과 관여에 대해선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시장 경쟁 △투명한 관리 정보 교환 △시장의 자율 규제 등으로 망 중립성을 구현하고 이러한 요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미국이 우리보다 망 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뚜렷하고 우리나라는 신뢰와 개방성이 좀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여러 이해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현재 트래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맞다.

 ◇김희수=우리나라에선 망 중립성과 관련, 적어도 공식 논쟁 자리에선 대립적 입장은 나오지 않는다. 트래픽 관리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통신사 입장에서 서비스나 TV 등은 망 보완재로 같이 발전할 수 있는 관계다.

 스마트TV 관련해 제조사가 망 투자를 분담한 사례가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망을 이용해 누군가는 TV를 팔고 콘텐츠를 팔아 돈을 벌고 다른 쪽은 별로 가져가는 것이 없다면 어느 비즈니스에서나 새롭게 ‘딜을 하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백화점이 입점 업소에 손님 많으면 임대료 올리려는 것처럼 수익 배분이나 비용 분담 등의 문제가 시장 원칙에 따라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당장 나가라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논의를 통해 딜이 이뤄져 애플처럼 제조사나 CP가 분담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논의는 정부 규제 없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지금은 뭔가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란 것만 말하고 싶다.

 ◇모정훈=작년 8월 버라이즌과 구글이 망 중립성 원칙에 합의하며 CP와 망 사업자 간 공감대를 이룬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도 그런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정재훈=전체적인 망 중립성 원칙에 동의하고 이를 미국 FCC에 제안하는 수준이었다. 구글은 무선 부분을 따로 다뤘기 때문에 동의했다.

 ◇박준호=다시 TV 문제로 돌아가면 사실 뭐가 스마트TV인지 모르겠다. 랩톱 컴퓨터에 TV를 띄어서 보면 TV인가. 넷플릭스도 TV나 PC나 똑같이 들어가는 서비스다. 다양하게 들여다봐야지 스마트TV만 꼭 집어서 문제를 제기하면 곤란하다.

 ◇김희수=PC나 스마트패드처럼 개인화해서 보는 것과 큰 TV에서 3D 실감 영상 기대하며 보는 사람은 앞으로 트래픽 유발 정도가 다를 것이다. 통신사업자가 긴장하고 대응하는 이유다.

 최근 미국에서는 케이블도 끊고 인터넷으로 TV 보는 사람이 늘었다. 40% 이상 증가했다는 얘기도 있다. 스마트TV 트래픽 증가는 가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스마트TV 판매량이 낮아 당장 발생할 문제는 아니지만 방향은 그쪽으로 가고 있다.

 ◇박준호=스마트TV 보급률은 아직 낮다. 걱정할 정도로 팔리지 않는다. (삼성자로서는) TV가 굉장히 큰 사업이기 때문에 신경 쓰고 있다. 대용량 트래픽 문제는 스마트TV가 아니라 VoD 스트리밍 서비스 트래픽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한종호=그럼 데이터 트래픽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무조건 시장에 맡기면 해결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쪽이 나온다. 그 책임을 어떻게 분담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이슈가 생긴다.

 망 중립성 논의는 트래픽 폭증에 따른 사회적 위험이라는 법 경제학 이슈를 다루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인터넷 업계 관점을 말하면 디지털 경제에서 사업자 간 관계는 ‘제로섬’이 아니라 서로 부가가치를 주는 상호 보완적 관계라는 것이다.

 사업자들이 일대일로 서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다면적 관계 속에서 서로 의존하고 기여하며 만들어가는 에코시스템이다. ‘수조원 들여 구축한 망에서 돈 한 푼 안 내고 돈 버는 쪽이 있다’는 식으로 한 가지 측면만 떼어 놓고 얘기하면 해결할 수 없다.

 콘텐츠 사업자는 자신의 노력과 아이디어를 투입해 네트워크 위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통신요금을 지불하고 통신사는 그 돈으로 망에 투자하는 순환구조가 형성된다. 이 선순환구조가 잘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트래픽 폭증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적 대안이다.

 그런데 어느 한 단면만 잘라서 ‘콘텐츠 사업자들이 통신사가 깔아놓은 망에 무임승차 한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인터넷 산업의 다면 구조를 부인하는 것이다.

 아무리 스마트 환경이라 해도 좋은 콘텐츠나 서비스가 없다면 이용자가 왜 값비싼 통신요금을 내며 이용하겠나. 그런 식이라면 도리어 통신사가 콘텐츠와 서비스에 무임승차해서 데이터 통신 매출을 올린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모정훈=에코시스템 내 참여자의 수익 기여 등에 관한 연구는 많이 진척됐다. 모델을 보면 누가 얼마나 이득을 봤는지까지 밝히진 않지만 사회적 후생을 높이는 방법 등은 제시한다.

 CP에게 추가 비용 부담 하는 경우와 안 하는 경우를 비교하면 부담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CP가 돈 많이 벌면 부담하고 영세하면 이통사가 CP를 지원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 도출되기도 했다. 균형 있는 공존 관계가 좋다는 상식적인 결론이다.

 ◇김희수=넷플릭스 사례를 보자. 넷플릭스가 아카마이의 CDN 서비스로 트래픽을 처리하다가 레벨3라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로 협력사를 바꿨다. 레벨3는 또다른 ISP 컴캐스트와 ‘피어링(peering:복수의 네트워크가 서로의 데이터 트래픽을 주고받는 것)’ 관계였다.

 자연스레 넷플릭스의 트래픽이 레벨3를 거쳐 컴캐스트로 몰려들었다. 컴캐스트는 ‘이 부분에서는 피어링할 수 없다’며 추가 비용을 요구했지만 FCC는 망 중립성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현저하게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업자가 나오면 기존의 관계가 깨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시장 원리다. 이른바 ‘빅 가이’에 부담을 지울 수도 있다.

 ◇하성호=TV 서비스는 동영상 데이터를 장시간 내보낸다. 스마트TV건, 포털이건 서비스를 위해 네트워크 비용이 지속적으로 들어간다. 이용자나 CP, 망사업자 등 누군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우리는 사용자에게 요금을 부담시키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요금은 내려가는 구조다.

 결국 급증하는 트래픽 수용을 위한 망 투자에 있어서 혜택을 보는 플레이어 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요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요금은 그대로인데 투자는 증가하는 이런 상황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한종호=최근 통신사가 기본료 1000원 깎아서 매출 6000억원이 줄어들게 되지 않았나. CP나 제조사에서 걷어봐야 얼마나 걷겠나. 요금 깎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함께 통신요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캠페인이라도 해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모정훈=대국민 홍보 사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과거 이동통신업계가 굉장히 많은 수익을 내는 시기 있었고 그래서 국민 사이에 통신 요금 비싸다는 인식이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성호=헤비유저 문제에서처럼 상위 5% 서비스가 50% 트래픽을 일으킨다든가 하면 혼잡유발금처럼 어떤 방법으로든 부담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QoS를 제어하면 정상적인 서비스가 되지 않고 그 돈으로 네트워크 투자를 메울 수도 없다. ‘수익자 부담원칙’ 관점에서 상징적 의미에서 부담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한종호=극단적 의미에서의 인터넷 자유론자는 업계에서도 본 적이 없다. 문제 해결 인식과 의지는 있다. 서로 간에 접점 있다고 본다.

 ◇하성호=망 중립성이 맹목적인 무차별이나 차단 금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SK텔레콤 관계사) SK커뮤니케이션즈가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내놓았는데 우리 망에서 다른 서비스와 차별하면 안 된다.

 다만 합리적인 망 이용 원칙은 얘기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얘기만 꺼내도 ‘왜 막느냐’며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나라별 문화나 상황 차이도 있다. 네덜란드는 와츠앱이나 스카이프 등을 사회적 합의나 연착륙 절차 없이 무리하게 막으려다 반발이 생긴 것이다. 우리는 카카오톡이나 다음도 AOM 서버에 합의하고 있고, 스카이프도 일정 요금제 이상에선 무제한 사용을 허용한다.

 시장 자율로 어느 정도 가고 있고,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정부가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과다한 트래픽 사용자에 원칙을 제시해 주면 된다. 이런 기준을 갖고 투명하게 제어할 수 있다. 소모적 논란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김희수=망 중립성이 경쟁법 이슈라 했는데 기술 측면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차단=거래거절·차별’ 등으로 보는데 투명성 부분은 정부가 사전에 가이드라인 정도를 주면된다. 사전에 지나치게 세세하게 구분하면 사전 규제가 된다.

 시장은 어떻게 발전할지 모른다. 지켜본 후 차별적인 사례가 나타나면 조사하고 처분하는 사후 규제를 전제로 시장에 맡기는 것이 설득력 있다.

 정부가 손을 떼라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얼마든지 경쟁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적용하거나 필요하면 규정 바꿔서 사후 규제할 수 있다.

 ◇한종호=공정 이용 관련, 미국은 선언만 하고 세부 규정은 없다. 반면에 한국은 공정 이용이 가능한 경우를 미리 정해 열거하는 열거주의다. 열거주의는 예측 가능성 높고, 불법에 대해 조심스러워지는 장점 있지만 새로운 유형의 불법엔 대응하기 힘들다.

 미국처럼 판결로 문제 해결하는 문화에선 선언주의가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 방안을 만들어갈 수 있다.

 망 중립성 원칙을 어떤 형태로 정립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입법 정책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열거주의로 갈 수도 있고 선언주의로 갈 수도 있는데 그 사회의 법 규범 체계와 조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두고 정부는 사후규제만 하면 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망 중립성 준수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국회와 정부에서 미리 정해 둬야 한다. 현재 방통위에서 현행 법체계에 반영할 수 있는지,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재훈=구글조차 무조건적인 망 중립성을 주장하진 않는다. 합리적 망 중립성 제한은 허용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차별할 때 유형별로 하자는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망 부하를 많이 준다면 메일 서비스에 비해 우선 순위를 주는 식이다.

 단 훌루나 넷플릭스 먼저 하고 유튜브는 후순위로 하는 식으로 특정서비스를 지목해 제한하는 식은 곤란하다. 인터넷 개방성 원칙에 충실하게 망 사업자가 ‘위너 피킹’이나 ‘게이트 키핑’ 하는 것은 안 된다.

 ◇모정훈=무선인터넷전화(mVoIP) 문제도 대두됐는데 사업자 입장이 궁금하다.

 ◇하성호=mVoIP는 허용하거나, 우리나라처럼 부분 허용하거나 또는 자율에 맡긴 경우 등 나라별로 다양하다.

 미국은 요금이 음성 39.9달러, 데이터는 30달러부터 적용된다. 데이터 요금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보니까 허용한다.

 우리나라는 1만원, 2만원 등 다양한 데이터 요금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mVoIP가 허용되면 트래픽은 증가하고 요금 수입은 줄어든다. 결국 망 투자는 축소된다.

 앞으로 LTE는 데이터 중심으로 간다. 이통사 중심의 망 투자와, 트래픽 대응 등을 잘 관리하면서 가야 한다. 세계적인 추세도 mVoIP 허용으로 가고 있다. 현재로선 무작정 ‘어디까진 허용하자’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좀 그렇고 상황 봐 가면서 문제 생기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자율에 맡기고 사업자가 기술적 대응할 수 있는 시간 주는 것이 좋다.

 ◇김희수=비즈니스 모델도 바뀌는 상황이다. 음성도 인터넷 망에서 처리된다. 음성이 주수입이고 데이터가 조금씩 증가하는 상황을 전제로 정액제 요금을 운영했다. 이는 mVoIP 서비스를 자유롭게 쓸 것이라는 가정 아래 만든 요금제가 아니다.

 그런데 mVoIP 서비스가 확산되자 소비자는 데이터 요금으로 mVoIP 사용 권한도 받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다.

 인터넷이 자유롭게 실험하면서 자라온 것이고 이는 허용돼야 한다. 하지만 LTE에서 ‘올(all) IP’ 기반으로 간다면 모델을 바꿔서 mVoIP에 요금을 받을 수도 있고, mVoIP를 다른 데이터와 똑같이 취급하되 요금제를 통신사업이 유지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

 거기에 대해서까지 사회 규제적으로 압박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배력 남용 없는 범위에서 사업자가 요금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준호=업계가 자유롭게 가격 정책 등을 정할 수 있도록 산업계가 주도하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특정 제조사 혹은 CP가 끌고 가는 것은 곤란하다

 ◇모정훈=정부는 불확실성 제거 차원에서 올해 안에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 한다. 정부 안에 투명성 보장 위한 메커니즘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생태계 상생 기반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정재훈=인터넷 자체가 소비자 선택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망 중립성 정책이 나와야 한다.

 ◇한종호=한국은 정부가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 정부가 룰 세터로 개입하는 상황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시장이 잘 작동할 수 있는 룰 세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네트워크 트래픽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일반적인 차원에선 가급적 모든 것을 시장 자율에 맡기고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불공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칙을 세우는 것은 정부의 고유 역할이다.

 이것까지 시장 자율에 맡기자는 것, 그것도 거대 통신사들의 손에 맡겨두자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자는 것과 같아 사회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

 ◇사회=망 사업자와 CP, 제조사의 의견을 들어보니 망 중립성에 관해 이견도 있지만 산업 발전과 소비자 이익을 위해 동조해야 한다는 것은 일치된 의견으로 보인다. 앞으로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발전적인 한국형 망 중립성 원칙을 수립해나가기로 하고 오늘 논의를 마친다.

 정리= 한세희기자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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